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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복강까지 전이된 대장암 말기, '하이펙' 수술로 치료 성공"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9:43

수정 2018.11.08 19:43

대장암
충수암 열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
열보다 높은 42도로 항암제 가열
복강에 직접 뿌렸더니 치료효과 '쑥'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분당차병원 외과 김우람 교수(왼쪽)가 대장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외과 김우람 교수(왼쪽)가 대장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대장암이 복막까지 전이된 말기인 4기 환자의 경우 복강 내 온열화학요법인 하이펙(Hyperthermic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수술로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분당차병원 암센터 대장암 다학제팀은 충수암에 의한 대장 천공으로 복강 내 다발성 종양이 생겨 장 절제 개복수술을 시행한 60세 여성 환자에게 9차례에 걸친 항암치료 이후 하이펙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22개월이 경과하기까지 추가 전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충수암은 대장의 충수돌기에 생긴 암을 말합니다.


분당차병원 외과 김우람 교수는 8일 "복강 내 온열화학요법인 이번 치료 성공은 복막전이 시 완치율이 아주 낮은 데다 항암제 내성이 생길 경우 급속한 암 진행으로 사망하는 치명적 충수암에 대한 치료 사례이므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장암 1~3기의 경우에는 수술을 먼저 실시합니다. 하지만 말기인 4기 대장암은 수술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하이펙수술은 주로 완치가 어려운 복막전이 4기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합니다. 종양제거 수술 후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입니다.

이 치료는 충수암이 열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충수암 항암제인 마이토마이신을 체온보다 높은 42도로 가열해 복강에 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이펙수술은 4기 복막전이 대장암 환자를 30% 이상 살리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종양제거 수술을 포함해 수술시간이 총 10시간 이상으로 길고 과정이 힘듭니다. 따라서 환자의 체력과 건강상태, 치료과정을 상세히 살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치료로는 고주파 온열암 치료가 있습니다. 이 치료법은 대전된 두 전극 사이에 인체를 놓고 13.56㎒의 고주파 전류를 유도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38.5~42.0도의 온도를 가하는 경우 암 세포가 자연적으로 파괴돼 괴사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온열암치료법의 경우에도 오심, 구토, 식욕부진, 체중감소, 소화장애 등의 부작용 또는 탈모, 팔다리 저림 등의 합병증이 없어 안전한 치료법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펙수술은 항암제를 가열해 직접 복강에 뿌려주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더 높습니다.
하지만 시술이 힘들고 시술시간이 9~10시간 정도 걸립니다. 또 항암제를 고온으로 높이면 기화되므로 시술하는 의료진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수술 후 항암치료만 할 경우 충수암 복막전이 환자의 무병생존기간은 12개월 전후인 데 비해 이 환자의 경우 현재 22개월째 다른 병 없는 장기무병생존 사례"라며 "하이펙 수술의 경우 대장암과 충수암 복막전이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치료법이지만 수술이 매우 복잡하고 수술시간이 워낙 길어 숙련된 의사와 치료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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