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뇌출혈 겪은 엄마가 미정언니 기억만은 또렷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9 16:50

수정 2018.10.29 16:50

아픈 母대신 의붓언니 찾는 박혜란씨 "시설에 맡겨진 뒤 엄마와 인연 끊겨"
박해란씨(40)는 어머니 황의숙씨(66·사진 왼쪽)를 대신해 의붓언니인 강미정(장성미)씨(44)를 찾고 있다.
박해란씨(40)는 어머니 황의숙씨(66·사진 왼쪽)를 대신해 의붓언니인 강미정(장성미)씨(44)를 찾고 있다.

"엄마께서 뇌출혈을 세 번이나 겪으셨어요. 말하는 것도 어렵고 거동도 불편한데 언니에 대한 기억만은 아직 뚜렷하세요. 엄마께서 언니를 기억하고 계실 때 언니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간절해요"

29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박해란씨(40)는 어머니 황의숙씨(66)를 대신해 의붓언니인 강미정씨(44)를 찾고 있다. 의붓언니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박씨는 의붓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중학생이 됐을 무렵에야 알았다고 한다.

황씨는 20대 초반에 경남 남해에서 결혼해 강씨를 낳았으나 남편의 버림을 받고 친정서도 쫓겨났다. 이후 황씨는 서울 옷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딸을 키우던 중 강씨 친부가 찾아와 이혼을 요구하며 딸을 데려갔다.
딸이 보고 싶은 마음에 몇 달 뒤 시댁으로 찾아간 황씨는 인근 개울에서 딸 강씨를 발견했다. 딸 발바닥에는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한 상처가 많아 이렇게 애를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황씨는 딸을 서울로 데려왔다. 그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황씨는 1년 뒤 딸을 다시 데려갈 마음으로 서울 내발산동에 있는 '사랑의집'이라는 시설에 강씨를 맡겼다. 1년 뒤 딸을 찾으러 갔을 때는 새 남편을 만나 박씨를 임신 중이었다. 집안 형편이 나아지지 않은 데다 사랑의집 장모 목사가 강씨를 본인 호적에 올려 잘 키우겠다고 해 황씨는 딸을 데려가지 않았다. 강씨는 사랑의집에 맡겨진 뒤 '장성미'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두 차례 사랑의집을 찾은 황씨는 1년 뒤 다시 시설을 방문했으나 그 곳에는 장 목사 아내만이 남아있고 강씨가 시설에서 퇴소해 없다고 했다. 졸지에 딸 아이를 잃은 황씨는 새 남편마저 일찍 사망해 생계에 전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012년 사랑의집에서 부정수급, 학대 등의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충격을 받은 황씨는 그 해 겨울 쓰러졌다.

이에 박씨가 쓰러진 어머니를 대신해 의붓언니를 찾기 위해 DNA(유전자)등록 등의 작업을 벌였다.
박씨는 "엄마께서는 사랑의집이 안전하고 언니를 잘 챙겨줄 거라고 생각해 잠시 맡겼던 건데 그에 따른 죄책감을 갖고 계신다"고 안타까워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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