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30년 前 지하철서 놓친 딸, 제발 살아만 있어줬으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8 17:20

수정 2018.05.28 17:37

개봉동 인근 실종… 허리에 사마귀
1986년 8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실종된 박윤희씨(당시 5세·여)
1986년 8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실종된 박윤희씨(당시 5세·여)

1986년 8월 어느 날 다섯살배기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러나 지하철 속 인파에 묻혀 아이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후로 다시는 딸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제는 30대 중후반이 됐을 딸을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전히 애타게 찾고 있다.

28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박윤희씨(당시 5세.여)는 1986년 8월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윤희씨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의정부에 있는 친정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라탔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먼 길이기에 다소 부담이지만 지하철만 계속 타면 되는 만큼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손을 붙잡고 있던 윤희는 기내 안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빨간색 샌들을 신고 있어 눈에 띄었기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하철에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더니 서울 구로구 개봉동 일대에서 딸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알아차린 어머니는 순간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랐다. 가뜩이나 아이 어머니는 지적장애 3급이었기에 빠른 대응을 할 수 없었고 뒤늦게 신고를 했지만 이미 딸아이를 찾을 수 없는 상태였다.

아이의 실종 소식을 접한 가족은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 이후 아버지 박씨 등 가족들이 나서 전단지도 돌리고 TV 등 방송을 통해서도 찾아봤지만 윤희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딸아이가 돌아오지 않는 사이 가족에게는 시련이 잇따랐다.

지난 2001년 첫째 아들이 투병생활 끝에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것이다. 결국 첫째 아이는 그토록 아끼던 여동생을 다시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또 막내아들도 장애로 인해 현재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마침 지난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이었다. 매년 이날이 돌아올 때마다 박씨는 잃어버린 딸 윤희씨가 더욱 생각난다고 한다. 실종 당시 윤희씨는 허리에 사마귀가 있고 둥근 얼굴형에 보통체격이었다고 한다.


박씨는 "방송에 나갔는데도 연락이 없고 이제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하면서도 "살아만 있어도 고마울 것 같다.
만약 살아 있다면 얼굴 한 번이라도 보면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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