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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오남용 방지·신약 확보 통해 예방할 수 있어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4 17:37

수정 2018.05.24 17:37

(63) 항생제 내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다재내성균 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다재내성균 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글로벌 항생제 연구개발 비영리 국제단체(GARDP)를 소개하고 항생제 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기업체를 파악 중입니다. 지금이라도 국내 제약사들도 항생제 신약개발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영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연간 7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는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치료비용도 100조 달러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약제 개발이 시급하다는 의견입니다.

문제는 국내에는 이미 개발된 항생제 신약도 치료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미국에서 최근 허가받은 항생제 신약이 약가가 맞지 않아 국내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슈퍼박테리아(다재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의 경우 내성이 생겨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항생제는 더이상 듣지 않고 항생제 신약은 쓸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허가가 난 항생제인 저박사의 경우 한번 투여에 30만원가량(비급여)입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치료를 1~2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아직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은 '세프타지딤-아비박탐'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1회에 100만원이라고 합니다.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생제 오남용 방지'와 '새로운 항생제 신약 확보'가 중요합니다. 항생제 오남용 방지를 통해 내성 발생을 감소시키고 새로운 항생제 사용을 통해 기존 항생제에 대한 새로운 내성 위협을 늦추는 두 가지 해결책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후의 항생제'로 여겨지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사용이 2017년 7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메로페넴 매출액은 약 540억원에 달합니다. 즉, 심각한 감염에서 사용해야 할 카바페넴 항생제가 오남용되고 있고 동시에 다른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높아 카바페넴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감염질환인증제품(QIDP)으로 지정되면 FDA신속 허가 및 5년간의 추가 시장독점권을 부여하는 등 신항생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2014년부터 항생제 신약이 출시된 것입니다.


지난 6년 동안 미국에서 7개의 항생제가 감염질환 인증을 받았지만 이 중 국내에 판매 중인 항생제는 2가지에 불과합니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항생제 신약은 달바반신, 디졸리드, 오리타반신,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델라플록사신, 메로페넴-버보박탐 등 5가지입니다.


항생제 내성 감소를 위해서는 감염관리와 항생제 오남용을 막아야 하지만 기존 및 신규 항생제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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