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프랑스로 입양된 남매, 37년만 따뜻한 부모 품으로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30 14:34

수정 2018.04.30 14:34

37년 전 사라졌던 남매가 꿈에 그리던 따뜻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실종된 뒤 프랑스로 입양됐던 남매는 경찰의 끈질긴 수사 덕분에 그리운 고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4월 30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김모씨(47)와 여동생 김모씨(44·여)는 1981년 8월 실종됐다. 당시 10살이던 오빠와 7살이던 여동생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부모와 떨어져 충남 아산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병을 앓던 조부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남매는 같은 동네에 살던 작은아버지 부부가 맡게 됐다.

작은아버지 집에서 지낸 지 한 달여가 지난 뒤 작은아버지 부부는 남매를 서울에 있는 부모에게 데려다주기로 했다.
하지만 작은아버지 부부는 서울로 올라오던 중 남매를 잃어버렸다. 미안한 마음에 작은아버지는 남매의 실종 사실을 차마 부모에게 알리지 못했고 설상가상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결국 남매 실종의 유일한 단서인 작은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부모는 뒤늦게야 자녀들의 실종을 알게 됐다.

자녀들의 생사도 모른 채 부모는 고통과 아픔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남매 외에 또 다른 자녀도 갖지 않은 채 30여년이 흘렀고 이제는 거의 포기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희망의 불씨가 살아난 것은 지난해 7월. 충남경찰청이 장기실종전담팀을 운영하면서 남매를 포함한 장기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재수사에 착수한 것이었다.

경찰은 당시 오빠 김씨가 초등학교에 다녔을 것으로 보고 인근 초등학교의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난항을 겪던 수사는 모 초등학교에서 김씨의 생활기록부를 찾으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생활기록부가 1981년 7월까지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볼 때 경찰은 남매가 1981년 7월 이후에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남매와 출생연도와 이름이 같은 전국 214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던 경찰은 실종 일시가 특정되면서 남매가 해외로 입양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중앙입양원과 해외 입양자료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남매는 1982년 2월 출생일시가 일부 변경된 상태로 프랑스로 입양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로 입양된 사실까지는 확인했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남매의 행방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경찰은 프랑스 교민과 유학생, 한인 단체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고, 한인 목사가 입양자료에 기재된 남매의 양부모 프랑스 주소를 찾아 나선 결과 지난 1월 30일 드디어 남매를 찾게 됐다.
남매는 “37년간 부모에게 버림을 당한 줄만 알고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경찰은 국제우편으로 남매의 DNA 시료를 전달받아 부모의 유전자와 대조, 친자 관계임을 확인했다.
남매와 부모는 5월 5일 충남 당진시 합덕읍 소재 성당에서 37년 만에 서로 만나기로 했다.

1981년 8월 실종됐다가 프랑스로 입양된 뒤 37년 만에 부모를 찾게 된 김모씨(47.오른쪽)와 여동생(44) 남매./사진=충남경찰청 제공
1981년 8월 실종됐다가 프랑스로 입양된 뒤 37년 만에 부모를 찾게 된 김모씨(47.오른쪽)와 여동생(44) 남매./사진=충남경찰청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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