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피아노 잘 치던 막내아들… 수소문에도 감감 무소식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9 17:05

수정 2018.03.19 17:05

추운 날씨에 떼쓰고 놀러나간 아들.. 집에 돌아와 점퍼 입고 다시 외출
이후 자취 감춰… 누군가 데려간 듯..'잘 키우고 있다'는 편지 한통만 와
1988년 2월 25일 서울 중랑구에서 실종된 신규진군(당시 5세).
1988년 2월 25일 서울 중랑구에서 실종된 신규진군(당시 5세).

"한글도 일찍 깨치고 유난히 피아노를 잘 치던 영리한 아이였습니다. 10년 만에 낳은 귀한 막내아들을 누군가 데려간 것 같은데, 이제는 본인이 직접 엄마.아빠를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30년 전 잃어버린 신규진군(당시 5세)을 찾는 어머니 강모씨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19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규진군이 사라진 것은 1988년 2월 25일. 당시 강씨 가족은 서울 중랑구 면목3동에 살았고 규진군은 동네에 있는 모 유치원을 다녔다.

그날도 규진군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을 다녀온 뒤 놀이터에 가서 놀려고 했다. 하지만 유난히 차가운 날씨에 강씨는 허락하지 않았고 규진군이 떼를 쓰자 강씨는 점퍼를 빼앗았다. 그러자 규진군은 점퍼도 입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한참 시간이 흘러 규진군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안방으로 들어와 점퍼를 입고 다시 나갔다. 강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집 근처에서 규진군을 본 누나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강씨는 "규진이가 누나에게 '안녕'이라고 하면서 손을 흔들고 나갔다고 하더라"며 "규진이 누나도 친구와 같이 있으니까 시끄럽다며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마 누가 옷을 입고 오라고 시켜서 데리고 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규진군은 3남매 중 막내아들로, 둘째 이후 10년 만에 낳은 귀한 아들이었다. 한글도 일찍 깨치고 피아노를 잘 쳤으며 엄마.아빠 이름과 집 주소, 전화번호 등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영리했다.

강씨는 "한글 책도 다 읽고 특히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등 뛰어난 편이었다"면서 "유치원에서도 피아노 선생님이 '크면 결혼하자'고 할 정도로 남달리 예쁨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아들이 사라지자 강씨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에 나섰다. TV와 라디오 등 방송에도 소개되고 남편 회사를 통한 지원도 받았으나 아들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강씨는 "전화는 많이 받았는데 실제로 가보면 규진이가 아니었다. 한번은 편지가 왔는데 '내가 잘 키우고 있으니 찾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편지 발신지도 모르고 지문 채취도 어려워서 찾을 수가 없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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