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구감소 지역을 가다] 아이 울음소리 '뚝'…합천·의령 '인구재앙 위기' 해결책 전무

오성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1 19:14

수정 2018.03.11 19:14

최근 5년 전국서 인구감소폭 최대 '경남'
조선산업 불황으로 인구유출..통영.창원.사천 뺀 도내 全지역 저출산.고령화 '인구절벽' 심각
이미 합천.함양 등 산간도서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눈앞..보다 근본적 해결책 마련 시급
경남 합천군 쌍백면 평구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남 합천군 쌍백면 평구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1. "우리 동네에서 얼라(아기) 울음소리가 그친지 10년도 더 됐심니더(됐습니다). 전신에(모두) 노인들밖에 없어예(없어요)." "그나마 다문화가정에서 우짜다가(어쩌다) 애들이 한 둘이 태어날까. 그것도 요새는 잘 없어예." 지난 9일 정오쯤 경남 합천군 쌍백면 평구마을회관에 노인 10여명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면소재지에 위치한 이 마을은 제법 규모가 큰 120가구 22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80가구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마을 주민 중 70대 이상 노인이 150여명을 차지한다. 정현국(65) 이장은 "30대 중반이던 지난 1988년 처음 이장을 맡아 중간에 한두 번 쉰 것 말고는 지금까지 계속 이장을 맡고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려고 해도 이장을 맡을 젊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2. "우리 동네에서 아이라곤 초등학생 1명밖에 없습니더(없습니다). 그나마 다문화가정 아니면 아이 찾아보기 힘들어예(힘듭니다). 얼라(아기) 업고 다니는 것을 구경한지가 까마득합니더(까마득합니다)." 지난 9일 오후 3시쯤 경남 의령군 의령읍 소입마을회관을 찾았을 때 대여섯 명의 노인들이 재미삼아 화투판을 벌이며 무심히 내뱉은 말이다.
이 마을은 의령군청이 위치한 읍내 중심마을인데도 사정은 다른 지역 마을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들로 소일삼아 소규모 농사를 지을 뿐이다.

【 창원=오성택 기자】 한때 국내 총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수도권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었던 경남도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창원을 비롯한 김해와 양산, 진주 등 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중.대도시 및 혁신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군(郡) 단위 지역은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선산업 불황으로 인한 인구유출지역인 창원과 통영, 사천을 제외한 합천과 의령, 남해, 하동 등 경남 중.서부지역 지자체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전형적인 인구감소지역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합천군과 의령군의 전체 인구는 각각 4만7000명과 2만7849명이다. 합천군은 최근 5년간 경남지역에서 인구감소폭이 가장 큰 곳 중 한곳이며, 의령군은 도내 18개 시.군 중 가장 인구수가 적은 지역이다.

■경남 65세 인구 비중 14%넘어 고령화 가속

2016년 합천과 의령군의 출생아 수는 각각 174명과 123명으로 도내 최하위권인 반면, 노인인구 비율은 각각 36.5%와 34.6%로 도내 18개 시.군 중 최 정점에 있다. .

이는 경남 전체 인구현황과도 일맥상통하는 수치다. 경남의 전체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345만5540명으로 지난 15년간 완만하게 증가해왔으나, 오는 2030년 342만3000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신생아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으로, 지난 2012년 3만3000명이던 출생아 수는 2016년 2만7000명으로 급전직하(急轉直下)했다. 더구나 여성 한 1명이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2012년 1.5명을 정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골이나 도서지역 학교들이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로 올해 경남지역 1000여개 초.중.고교 가운데 신입생이 단 한명도 없는 학교가 무려 8곳(초등 6곳, 중학 2곳)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합천과 함양, 통영 등 주로 산간도서지역 초.중학교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존폐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인구절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0만446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으며, 오는 2025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인구를 20%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돈으로 지원하는 저출산정책 안먹혀....대도시로 인구 유출 조장

이에 경남도는 지난해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정책 추진계획 수립 및 경남형 인구시책 모델개발에 착수했지만 문제는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인도 합천군 행정과장은 "아이 낳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및 인식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구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금전적인 혜택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은 땜질식 처방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남 해남군이 어마어마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놓자 출산을 앞둔 부부들이 주소를 옮겨 아이를 출산한 뒤, 광주 등 대도시로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금전적인 지원정책은 다른 지역 인구가 잠시 위치 이동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도시와 농촌지역 및 도농지역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실효성 있는 다양한 인구시책 모델 개발을 통한 맞춤형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지미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장려금 지급을 늘리는 단기적인 정책보다 결혼과 출산, 육아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과 더불어 사회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한단계 발전한 '일과 생활의 조화'라는 일본의 출산장려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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