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27년 전 오랜만에 만나 헤어진 부녀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5:41

수정 2018.03.05 15:41

자그마치 27년이다. 할머니 손에서 길러지던 딸을 모처럼 만났지만 딸은 그날 실종됐고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딸의 생사도 모른 채 매일매일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5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정유리양(당시 11세)의 아버지 정모씨는 1991년 8월 5일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날은 정씨가 모처럼 유리양을 만난 날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정씨는 딸을 시골에 사는 할머니 집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유리양은 이날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아버지 정씨의 집을 찾았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유리양은 근처에 살던 사촌 집까지 놀러갔다.

하지만 밤이 늦도록 유리양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에 놀란 정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딸을 찾으러 나섰다. 정씨는 유리양이 사촌 동생들과 놀다가 모르는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끌려갔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정씨는 “처음에는 단순 가출인줄 알았는데 딸과 함께 놀던 조카들의 말을 들어보니까 가출이 아니고 유괴를 당한 것이었다”며 “아줌마랑 아저씨가 데리고 갔다는 말을 듣는데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딸을 잃어버린 정씨는 결국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딸을 찾는데 전념했다. 당시 인신매매가 많았던 터라 전국 방방곡곡의 집창촌과 술집 등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3~4년을 온통 딸 찾는데 전념하다 보니 형편도 점점 나빠졌다.

정씨는 “다시 직장생활은 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무조건 유리를 찾으러 나선다”며 “유리 밑으로 자식이 둘이나 있지만 할머니 손에서 길러진 유리를 생각하면 죄책감에 마음 편히 잠을 잔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유리양의 나이도 어느덧 38세가 됐다. 딸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기에 정씨는 더욱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딸을 찾는 것이 삶의 전부인 정씨는 오늘도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집을 나선다.

유리양은 눈썹이 짙고 다리에 털이 많은 편이다. 다리에는 모기에 물린 흉터도 많았다.
실종 당시 연보라색 민소매 티셔츠와 연보라색 반바지를 입고, 검정색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1991년 8월 5일 실종된 정유리양(당시 11세·여) /사진=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91년 8월 5일 실종된 정유리양(당시 11세·여) /사진=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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