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군 제대 후 정신장애 아들, 사라진 지 16년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4:29

수정 2018.01.22 14:29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둘째 아들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증상이 날로 심해지면서 아들은 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간 뒤 사라졌다. 부모는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감감무소식이었고 그렇게 세월은 흘러 16년이 지났다.

22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강문상씨(당시 26세)가 사라진 것은 지난 2002년 11월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8동에서 아버지, 어머니, 형과 함께 살던 강씨는 저녁식사 후 나간 뒤 사라졌다. 강씨 아버지는 “평소 같으면 TV를 보는데 그날따라 나갔다”며 “담배 태우러 나간 줄 알았는데 3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사방으로 찾으러 다녔으나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실종 당시 강씨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
강씨는 대학 3학년이던 20대 초반에 군대에 다녀온 후 복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공황장애를 앓기 시작했다. 공황장애로 결국 정신장애 2급 판정까지 받았다. 강씨 아버지는 “군 생활 때도 괜찮았는데 제대하고 나서 병이 시작됐다. 나중에 심해지면서 병원에도 입원했다”며 “병을 알고 빨리 치료를 시작했으면 괜찮았을텐데 시기를 놓쳤다”고 전했다.

강씨의 증상은 날로 악화됐다. 환청에 환각 증상까지 겹치면서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정신장애로 인해 1년 밖에 남지 않은 학교도 포기했다. 강씨 아버지는 “어느 날 적성이 맞지 않는다며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했다. 그 일로 심하게 다퉜는데 이후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컴퓨터만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강씨 가족의 삶은 강씨를 찾는데 집중됐다. 강씨 부모는 직접 아들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1년에 2번씩 경찰과 함께 시설을 다니며 수색에도 참여했다. 몇 번 아들을 찾았다는 제보가 와서 가봤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강씨 아버지는 “멀쩡한 사람이 나갔으면 걱정을 안 하는데 아이가 치료 도중에 나가서 걱정이 더 많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6년이 지나면서 강씨 부모의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나이가 들어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고 우울증까지 생겼다. 강씨 아버지는 “점점 더 힘들어지면서 체념을 많이 하고 있다.
이제는 아들이 먼저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아이가 혹시라도 기억하고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하고 지금도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 11월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8동에서 실종된 강문상씨(당시 26세). /사진=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2002년 11월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8동에서 실종된 강문상씨(당시 26세). /사진=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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