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억지로 절에 데려간 게 마지막… 너무 마음 아파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8 20:10

수정 2018.01.08 20:10

2005년 함안군서 실종된 조일태씨
대학시절 트라우마로 정신병 앓아.. 정상적일 땐 독서 등 일상생활 가능
[잃어버린 가족찾기] 억지로 절에 데려간 게 마지막… 너무 마음 아파

"정신장애를 앓던 아들이 점퍼도 안 입고 트레이닝복만 입은 채 신발도, 양말도 안 신고 있었는데 추운 날씨에 어찌 됐을지, 너무너무 안타깝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13년 전 잃어버린 맏아들 조일태씨(당시 38세)를 찾고 있는 어머니 이모씨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8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이씨 부부는 일태씨가 태어난 지 100일쯤 됐을 때 서울로 갔다가 일태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고향인 경남 마산으로 내려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일태씨는 창원에 있는 모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어서 성적이 좋았던 일태씨에게 사건이 발생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대학 친구들과 캠핑을 갔던 일태씨는 한 친구로부터 깨진 술병으로 위협을 당했다. 이 사건은 일태씨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고, 결국 일태씨는 정신장애까지 앓게 됐다. 이씨는 "아들 키가 167㎝로 작은 편이었지만 얼굴도 하얗고 말투도 서울말을 쓰는 편이어서 인기가 있었는데 누군가 질투해서 그런 짓을 한 것 같다"며 "이후 두려움에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면서 우울증이 심해지다가 정신병원까지 가게 됐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일태씨는 다행히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도 하게 됐다. 정상적일 때 일태씨는 붓글씨도 잘 쓰고, 특히 책을 많이 읽어 생각이 깊었다. 이씨는 "돈만 있으면 책을 사서 책이란 책은 다 읽었다. 말로 표현 못하는 것은 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며 "잘하지는 않아도 일본어도 조금씩 하는 등 보통 때는 누구보다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형제 중 맏아들인 일태씨의 병은 이씨에게 평생 마음의 짐이 됐다. 결국 이씨는 2005년 12월 1일 아들을 데리고 경남 함안군에 있는 성황사로 향했다. 불공이라도 드리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불공을 드리고 밥을 먹으려고 하니까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아들이 가기 싫다고 하던 걸 억지로 데려갔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며칠간 주변을 뒤지고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전단도 만들어서 돌리고 노숙인들도 찾아갔지만 아들과 관련한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남편은 아들 찾는 것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아들이 실종되기 전에 혼자서 삭발해 머리가 짧은 상태였다.
당시 차라리 병원으로 보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다는 죄책감이 너무 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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