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자전거 찾아오겠다”며 나갔는데…33년 애끓는 모정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5 15:07

수정 2017.12.25 15:07

무려 33년이다. ‘자전거를 찾아오겠다’며 나간 아들을 기다린 세월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를 잃은 어머니는 ‘밥이나 굶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애타게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25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이훈식군(당시 13세)은 1984년 7월 23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사라졌다. 화창한 여름날 집에서 점심을 먹던 훈식군은 갑자기 ‘자전거를 찾아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훈식군이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어머니 염모씨는 불안한 마음에 곧바로 쫓아 나갔으나 동네 어디에도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과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염씨는 “2형제 중 막내인 훈식이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집을 잃었다고 생각했다”며 “겉으로 봐선 평범한 아이 같지만 지능이 다섯 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이후 염씨는 10개월간 동네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경찰에도 신고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실종아동의 정보를 담은 한 책자에 실린 사진을 보고 훈식군이 경남 거제도의 한 보육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름과 나이가 달랐지만 틀림없는 아들이었다.

염씨는 그길로 거제도로 향했으나 보육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불과 나흘 전 훈식군이 ‘엄마를 찾겠다’며 나간 뒤 감감무소식이라는 것이다. 염씨는 “이름이나 나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라 보육원에서 지어준 걸로 짐작했다. 어릴 적부터 엄마를 유난히 찾던 아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염씨는 건강이 좋지 않다. 무릎 수술에 관절염까지 앓고 있다.
남편 역시 2010년 직장암으로 치료를 받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부부는 하루빨리 아들을 만나기를 소원하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만이라고 듣고 싶은 마음이다.
염씨는 “훈식이가 무릎과 복숭아뼈에 차에 부딪혀 생긴 흉터가 있다”며 “밥이나 안 굶고 살면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1984년 7월 23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사라진 이훈식군(당시 13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84년 7월 23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사라진 이훈식군(당시 13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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