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12년 전 사라진 둘째아들…“장애 가졌는데, 생사만이라도”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0 14:50

수정 2017.10.30 14:50

“죽기 전에 아들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혹시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잠을 자려고 누우면 문득 아들이 떠올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습니다”
30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정명식씨(당시 35세)는 12년 전인 2005년 7월 4일 광주 남구 방림2동에서 실종됐다. 아침식사도 잘 하고 여느 때와 다름 없었던 그날 명식씨는 홀연히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버지 정씨는 “명식이가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갑자기 집을 나가버렸다”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상황의 아들이라도 마음이 애탈텐데 정신장애가 있는 아들이 실종된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말처럼 명식씨가 집을 나간 것은 정신장애 때문으로 추정된다. 명식씨는 3형제 중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누구보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남성으로 성장한 명식씨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 간 이후부터.

입대 이후 정신적으로 이상증세가 시작된 명식씨는 시간이 흘러 총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고 결국 불명예제대를 하게 됐다. 제대 이후에도 명식씨의 정신이상 증세는 여전했다. 이름 난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하고 약도 먹었지만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명식씨는 결국 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정신장애를 앓는 아들의 실종은 아버지 정씨의 삶을 바꿔 놨다. 여든을 훌쩍 넘긴 고령에도 정씨는 아들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다. 광주지역 복지시설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은 못 살 것 같았다”며 “세월이 흐르다보니 지쳐서 눈물도 말라 간다”고 하소연했다.

정씨 뿐만 아니라 형과 동생도 틈나는 대로 명식씨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가족 모두가 명식씨를 찾기 위해 10년이 넘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씨는 “하루하루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생활이 죄인 것 같다”며 “명식이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명식씨는 실종 당시 검정색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옷차림은 줄무늬 티셔츠에 노란색 반바지를 입고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2005년 7월 4일 광주 남구 방림2동에서 실종된 정명식씨(당시 35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2005년 7월 4일 광주 남구 방림2동에서 실종된 정명식씨(당시 35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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