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44년전 집앞서 놀겠다던 아들 10분만에 사라져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0 19:32

수정 2017.07.10 19:32

1973년 3월 18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실종된 이정훈씨(당시 4세).
1973년 3월 18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실종된 이정훈씨(당시 4세).

44년 전 서울 서대문구 집 앞에서 놀겠다며 나간 4살배기 아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는 늙고 병들었지만 여전히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10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전모씨가 아들 이정훈씨(당시 4세)를 애타게 찾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살던 전씨 가족에게 비극이 닥친 것은 1973년 3월 18일 오전 11시께. 전씨는 일요일을 맞아 외출하는 아버지를 따라가겠다며 문밖에 나가 떼를 쓰는 아들을 겨우 달랬다. 아들은 마지못해 집으로 들어왔으나 이번에는 집 앞에 있는 친구들과 같이 놀겠다며 투정을 부렸다.

계속되는 투정에 결국 전씨는 집 앞 공터에 나가는 것을 허락해줬다.
정훈씨가 나가고 생후 100일이 채 안 된 동생에게 젖을 먹이던 전씨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정훈씨를 찾으러 나갔으나 집 앞 공터에는 동네 아이들만 있을 뿐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불과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동네 어디에도 빨간색 스웨터에 보라색 털조끼, 남색 털바지를 입고 흰색 고무신을 신은 아이의 흔적은 없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발생한 아들의 실종으로 전씨 가족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남편은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으로 아들을 찾아다녔다. 전씨는 미숫가루 장사 등 최소한의 생계활동을 하며 서울 시내를 중심으로 찾기 활동을 계속했다. 장애인 보호시설부터 원양어선까지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논과 밭, 집도 팔고 아들 찾기에 나서면서 가정형편은 어려워졌고 급기야 전씨는 1992년 암 선고까지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그래도 전씨는 여전히 아들 찾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덧 40대 후반이 됐을 나이지만 전씨는 아직도 어린 아들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실종된 지 44년 됐는데 절대로 죽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언젠가는 살아 돌아오리란 희망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훈씨는 눈이 둥글고 큰 쌍꺼풀이 있으며 왼쪽 눈 쌍꺼풀 사이에 작은 흉터가 3개 있다.
발뒤꿈치에도 큰 흉터가 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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