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30년전 늦여름, 해운대서 사라진 네살짜리 아들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2 20:44

수정 2017.06.12 20:44

가게 보는사이 피서인파에 밀려 실종.. 방송에도 보도됐지만 끝내 못찾아
부친은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남아.. "단 하루도 잊은적 없어… 기다릴 것"
홍봉수씨의 네살때 모습
홍봉수씨의 네살때 모습

1987년 여름 인파로 북적대던 부산 해운대에서 오모씨는 4살 된 아들을 잃어버렸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방송과 신문을 통해 광고도 했지만 아들을 봤다는 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30년이 지나 이제는 어엿한 30대가 됐을 아들을 어머니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2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오씨가 아들 홍봉수씨(34)를 잃어버린 것은 1987년 8월 23일. 당시 오씨는 부산 해운대에서 장사를 하는 큰집에 일손을 보태기 위해 갔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막바지 여름을 즐기려는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씨가 일하는 동안 어린 봉수씨는 홀로 가게 주변을 서성이며 놀았다.
오씨는 틈틈이 아들의 모습을 살폈지만 밀려드는 손님에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손님들이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수차례, 그제야 정신을 차려보니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해양경찰까지 동원해 새벽까지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오씨는 실종아동을 발견하면 제일 먼저 부산일시보호소로 데려간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오씨는 "부산일시보호소에서 원칙상 아이들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해 사정사정해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씩 살폈지만 봉수는 없었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오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 들어온 아이 중에 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계속 부산일시보호소를 찾았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아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씨는 언론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지역 방송과 신문에 아들을 찾는 광고를 내보냈고 방송사 뉴스에도 보도됐다. 하지만 봉수씨를 찾을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은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봉수씨 조부모가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로 의문의 여성이 "더 이상 아이를 찾지 말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오씨는 "당시 남자아이를 유괴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집에 팔아넘기는 일이 많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우리 봉수도 그런 이유로 유괴당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봉수씨 아버지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에 이어 남편마저 잃은 오씨는 부산을 떠났고 현재는 대구에서 살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에 오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아들을 찾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봉수가 둥근 얼굴형에 눈도 동그란 편이고, 항상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실종 이후) 단 하루도 봉수를 잊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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