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침수차 아니에요?”..중고차의 2중고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08 17:06

수정 2014.11.05 16:15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하루종일 비가 내린 8일 서울 장안평 중고차 시장. 150여개 중고차 매매업체에서 내놓은 2500여대의 중고차가 전시돼 있지만 중고차를 살펴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본인 차량에 대해 판매를 문의하는 고객들은 간간이 보여 대조를 보였다

긴 장마 탓에 '휴가철 특수'를 날려버린 중고차 시장이 '추석 특수'를 기대하고 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은 분위기였다.

한 중고차 거래 상인 박모씨(45)는 "7월 장마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휴가철 특수가 사라져 장사를 망친데 이어 침수차 매물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중고차를 사겠다는 고객 발길이 사라져 추석특수를 앞두고 걱정"이라며 최근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긴 장마로 그로기 상태인 중고차 시장이 침수차 변수로 결정타를 맞고 있는 것. 9월 대목인 추석특수마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날 비슷한 시간. 서울 가양동 중고차 시장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중고차 거래를 해온 김모씨(43)는 "7월 한 달 동안 거래된 차량들을 조회해 보니 SUV 차량의 거래는 예년의 절반 수준인 5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이달 들어 판매문의는 증가하고 있으나 구입문의를 해오는 실수요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유입 불안감으로 (판매용으로)이미 매입한 차까지 덩달아 영향 받아 전체적으로 판매가 저조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준중형차를 사기 위해 나온 양기철씨(40)는 "신차를 사기에는 돈이 부족해 1000만원 전후의 중고차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침수차 매물이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담이 되더라도 신차를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어진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어 신고된 차량은 1만574대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폭우 피해가 서울 강남에 집중, 고급 수입차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커 차량 피해액은 731억원으로 예년보다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전문업체 카즈가 지난달 '중고차 판매문의' 추세를 조사한 결과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달 9.3%에서 7월 11.1%로 높아졌다. 이달 수입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카즈 손원영 대형차담당은 "침수차량 가운데 1000여대가 수입차로 알려진 만큼 중고차 업계에서는 8월 이후 유입되는 수입차는 면밀히 검토하고 구별해 매입할 계획"이라며 "기존에 매입한 수입차까지 덩달아 판매가 저조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yoon@fnnews.com윤정남 이병철기자

■사진설명=국내 중고차 시장이 잇단 폭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휴가특수는커녕 추석특수까지 사라질 형편에 울상이다.
8일 서울 장안평 중고차 시장에 2500여대의 차량이 매매를 기다리며 빼곡이 들어차 있다. /사진=서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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