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한국 교육열에 베팅한 사모펀드 초라한 성적표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31 17:20

수정 2014.10.24 19:16

한국 교육열에 베팅한 사모펀드 초라한 성적표

H&Q의 메가스터디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도가 무산된 가운데 다른 교육업체에 투자한 사모펀드들 역시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7~2008년 고교 입시학원들에 거액을 쏟아부었던 사모펀드은 학생 수 감소와 정부정책의 변화속에 실적이 추락하며 발이 묶였다. 이 과정에서 장기간의 실적 부진으로 사실상 엑시트를 포기한 펀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업체는 사모펀드의 수렁?

7월 31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교육업체투자는 지난 2007~2008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AIG가 아발론에 600억원, 미국계 사모펀드 티스톤이 대형 학원 체인인 타임교육에 600억원을 투자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밖에도 칼라일이 토피아에 200억원, 맥쿼리가 영재사관학원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교육업체들이 한마디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 시기였다.


투자를 받은 업체들은 모두 고교입시학원이란 공통점이 있다. 2003년에서 2006년까지 특목고 전성시대가 열리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학원들이 출현하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것. 특히 메가스터디, 디지털대성, 이루넷(종로학원) 등 대학입시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고교입시학원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작용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메가스터디는 삼성전자만큼의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기만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던 시기"라며 "실제로 대부분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교육업체만큼 메리트가 있는 업종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적 줄줄이 곤두박질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학생 수 감소, 정부의 특목고 억제정책이 더해지며 실적이 곤두박질한 것.

실제로 2009년 매출 710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했던 토피아는 이듬해 매출 589억원, 영업이익 6억원으로 실적이 급감했다. 아발론도 2009년 매출 990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0년에는 매출 860억, 영업이익 26억원으로 줄었다. 티스톤 펀드가 타임교육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디씨비교육은 2008년 이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고 영재사관학원 역시 투자를 받은 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실적 부진에는 대규모 투자의 후유증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 대표는 "당시 펀드들이 투자를 하면서 학원 확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면서 "하지만 학생 수가 줄고 정부가 특목고 과열 억제에 나서면서 오히려 비용만 증가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거금을 투자 받고 외형 확대에 주력하다 보니 내실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적부진 장기화 속에 엑시트는 꿈도 못꾸는 상황이다.
파인브릿지펀드를 통해 아발론의 지분 38.3%를 보유한 AIG는 사실상 엑시트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타임교육에 투자한 티스톤 역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업체는 당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실적 부진과 업황 부진으로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M&A업계 관계자는 "교육업체에 투자했다 빠져나오지 못한 펀드들은 사실상 투자손실로 처리됐을 것"이라며 "별다른 대책이 없어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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