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현장체험학습 폐기 여론 거세져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8 17:57

수정 2014.10.28 06:10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로 학생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각 학교의 수학여행을 포함한 각종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희생된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지난 2월 부산외국어대생 10명이 숨진 마우나 리조트 참사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발생하자 학부모를 비롯해 교사들까지 교외활동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학여행 의미 퇴색"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양대 교원단체를 비롯해 일선 교사들도 수학 여행 등이 더이상 무의미하다는데 공감했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대규모 학생이 참여하는 행사는 사실 안전상에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등의 의미는 이미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하 대변인은 "이번 기회에 수학여행 등 대규모 학생 행사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단위학교 재량권에 맡기기보다는 교육당국 차원에서 폐기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총 역시 "야외 학생 체험활동으로 인한 교육활동 확대의 적정성 여부 등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각종 체험 활동별 학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가 지역별, 체험 프로그램별, 이용시설별 등 위험 요인을 체크하고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학생들의 모든 체험활동과 교육활동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대책 마련을 위해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전면적 점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학의 경우 지난 2월 마우나 리조트 사고 이후 교육부가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각 대학에 배포하면서 안전수칙을 강화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OT)의 경우 주최자를 총학생회에서 학교로 변경했고 재학생 대상 엠티 등도 인솔 교수가 상주하도록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학교가 OT 등을 주도하면서 과별이 아닌 전과 통합 차원으로 교외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고 말했다.

■1년 전 계획… 당장 철회 어려워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보류한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서울시교육청, 전남도와 대구시교육청 등 각 시·도교육청이 대규모 수학여행 '자제'를 일선 학교에 요청했지만 정작 일선 학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수학여행의 경우 보통 1년 전에 숙박이나 비행기표 등 일정을 세우는 만큼 지금 당장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런 경우 위약금 등 업체와의 분쟁 가능성이 높고, 수학여행 등이 갖는 역사적 전통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소재 A 고교 교사는 "수학여행 보류 지시가 내려왔지만 1년 전에 계획을 세워놓은 만큼 가긴 가야 한다"고 말했으며 서울 강남의 B고교 교사도 "교육부 지침이 내려왔지만 6월로 잡힌 수학여행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의 C고교 교사는 "11월로 예정된 수학여행은 보류가 길어질 경우 수련회나 기간 단축 등 다른 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다"면서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압축해서 진행할 수는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여행이 드물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가족끼리 여행도 많이 가고 하는데, 단체로 학생들을 끌고 여행을 가는게 맞느냐는 얘기는 교사들도 공감한다"며 "학교 측이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한 전통이다 보니 어느 학교도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부는 현재 시·도교육청에 일선학교의 수학여행 예정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침을 내렸으며, 내주 초 회의에서 전면 보류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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