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환경정책의 거버넌스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3 16:37

수정 2014.10.29 18:46

[데스크칼럼] 환경정책의 거버넌스

"화평법은 평화로운 법인데 분란만 불러일으켰고, 화관법은 꽃으로 만든 관처럼 좋은 법인데 가시가 많은 것처럼 이해되어 안타까웠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환경관련 법률 제·개정시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것과 관련해 최근 언론사 데스크들에게 밝힌 소회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환경부가 지난 2012년 9월 발생한 구미불산사고 이후 화학물질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약칭'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충분한 설득을 얻어내지 못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다 산업계 및 외국인투자가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그러던 환경부가 최근 법률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는 '기업과 함께 만드는 국민안전 환경정책'을 표방하며 여야 정치권, 산업계, 학계, 전문가 등의 광범위한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나가고 있다. 뒤늦게나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환경부는 화평법과 화관법의 하위법령을 마련하면서 국회, 산업계, 주요 경제단체, 비정부기구(NGO), 환경전문가 등을 대거 참여시켜 각각 10회 이상의 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그동안 강력히 반발한 산업계를 참여시켜 시행령 마련을 주도하게 함으로써 산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또 민관협의체인 화학물질안전관리협의체를 포럼으로 격상시켜 법 시행 이후에도 운영에 관여케 하기로 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상설협의체, 피해구제제도협의체, 통합허가제 이해관계자포럼, 자원순환법협의체 등을 통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 간의 소통을 통해 환경정책의 연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률 시행의 핵심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큰 무리 없이 법규를 따르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에 환경부의 이 같은 일처리 방식은 주목받을 만하다. 특히 현대국가의 새로운 국정운영 모델인 거버넌스(governance) 체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환영할 만하다.

현대사회의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그랬다간 '정책실패'를 부르고, '시장실패'와 '국가실패'로 연결된다. 그래서 정부-시민사회-시장이 상호의존적이면서 자율적으로 연결된 유연한 협력체제가 필요한데 이것이 거버넌스다. 기존의 통치(governing)나 정부(government)를 대체하는 것으로 '협치'의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환경규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을 환경보전을 위해 투입하도록 하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피규제자인 이해당사자들도 규제부처로서 환경부의 정책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환경부는 그동안 환경정책의 동력을 언론과 국민, 그리고 시민사회로부터만 찾아왔다. 그러나 이걸로는 정책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박근혜정부의 환경정책은 규제일변도의 환경정책보다는 경제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정책을 모토로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제대로 된 환경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제대로 된(well-designed) 환경정책은 정책수립 과정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려면 그들을 정책결정과정에 참여케 해야 한다.
정책결정과정에서부터 관계자들의 현실이 반영되고 소통된다면 정책의 90%는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갈등에 따른 사회적비용도 줄일 수 있다.
다른 정부부처도 환경부의 일처리 방식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을 것 같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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