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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벨로드롬 ‘임채빈 태풍’ 속으로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8 10:06

수정 2020.01.18 10:43

임채빈 경륜선수 데뷔전.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임채빈 경륜선수 데뷔전.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광명=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임채빈(25기·A1·수성) 선수가 데뷔하자마자 벨로드롬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단 세 번의 경주에만 나섰는데 ‘경륜 최강’ 정종진(20기·SS·김포)과 호적수가 등장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경륜 전문가는 대체로 “데뷔하자마자 SS급에 버금가는 신인이 탄생했다. 지금 경륜을 호령하는 정종진도 데뷔전에서 이동근에게 추입을 허용했고 정하늘(21기·SS·동서울)은 우수급에서 김성근(12기·A2·창원B) 공민규(11기·A3·가평) 등에게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임채빈은 달랐다. 향후 특선급 판도를 좌지우지할 강자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임채빈은 작년 말 신인 시범경주 1일차에서 우승했지만 경륜 팬은 ‘어쩌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좋았거나 아니면 당시 마크하고 있던 안창진(25기·B1)의 대처가 미흡한 탓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시범경주 2일차 경주에서도 임채빈은 추입 전법으로 우승해 진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2020 시즌 데뷔전에서 가공할 파워를 선보이며 광명 스피돔에 슈퍼루키 등장을 알렸다. 그의 데뷔전은 ‘의심은 사라지고 확신이 서는 순간’을 연출했다.

노태경(13기·A2·북광주)은 2018년까지 특선급에서 준강자로 활약했다. 현재 우수급에 내려와 있지만 특선급 최고 수준의 선행 선수들을 뒤에서 마크를 해본 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그는 데뷔전을 치르는 임채빈의 폭발하는 시속에 대응하지 못했고 마크를 놓쳤다.

다음날 경주에서 임채빈은 본인 후미에 있던 경상권 선수인 김준일(23기·A1·김해B)이 마크를 놓치지 않을까 배려하며 시속을 한 번 줄이고 가는 진풍경까지 전개했다. 일요일 결승전 경주에선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왕지현(24기·A1·김포)과 강급 선수인 윤현구(22기·A1·김포) 모두 내외선에서 따라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선행 전법은 물리적으로 마크 선수들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크다. 선두의 공기저항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결국 후미에서 힘을 비축한 선수가 직선에서 남은 힘을 몰아 쓰면 선행 선수가 객관적 기량에서 앞선다고 하더라고 마크 선수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력승부(선행)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전법이다.

하지만 마크 선수가 쫓아가지 못하고 차신이 벌어질 경우 선행 선수와 같은 공기저항을 겪게 되며 더 이상 마크 전법의 이점은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임채빈형 선행 전법 포인트로 분석된다. 폭발하는 순간 시속으로 마크 선수를 따돌린 다음 본인과 같은 공기저항을 받게 만드는 차세대 선행 전법이다.


세대교체에 완벽하게 성공하고 풍부한 선수 자원으로 무장한 수도권·충청권에 비해 세대교체 실패와 빈약한 선수층으로 열세에 놓인 경상권에 임채빈이란 백기사가 나타났다. 단 한 명의 선수에 불과하지만 잠재력만으로도 수도권·충청권 선수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큰 경주에서 선두로 나설 수 있는 선행 선수의 부재로 고전을 하던 경상권에 임채빈은 매우 든든한 선봉대장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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