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적자로 생존 걱정할 판에 이익나면 나눠라? 유통업계가 뿔났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7 17:58

수정 2020.01.17 18:21

남양유업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다른 기업으로 확산 가능성 커져
"시장경제 발전에 도움 안돼" 프랜차이즈업계 대정부 투쟁예고
"계속되는 적자로 나눌 이익이 없는데 무슨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뚱딴지 소리냐."

적자투성이인 유통업계가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유통산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e커머스, 홈쇼핑, 편의점 등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두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 중 중소기업 기여부분을 사전 약정에 따라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는 그동안 대기업의 반발 속에서 법제화와 시행 여부가 미지수였다.

그러나 가맹점 갑질 논란에 시달려온 남양유업이 최근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자발적으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타 기업으로 확산을 독려할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종은 수익이 급감하면서 적자 행진이 예고돼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종이 사상 최악의 위기로 이익 없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느냐는 것이다.


대형마트 대표주자인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e커머스 1위 쿠팡은 1조원대 영업적자,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도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산업계는 가장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정부의 프랜차이즈 본사 원가공개 압박이 심각한 상태에서 추가로 협력이익공유제까지 도입할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특수한 상황인데 그걸 일반화시켜 다른 업체한테까지 해야 한다니 그게 말이 되나"라며 "가맹점이라는 게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사업자인데 이익을 공유하라고 법을 만든다는 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 법안은 가맹사업 활성화에 의한 시장경제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e커머스와 편의점 등 덩치만 커지고 영업부진이 심각한 곳들에 협력이익공유제는 언감생심이다. 쿠팡은 1조원대 영업적자를 내고 있어 협력이익공유제가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쿠팡은 2018년 1조9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1.7%나 늘었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계속 적자 상태인 e커머스업계에서는 아직 도입을 타진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마케팅 툴을 제공한다든지 시스템 지원으로 셀러들의 이익 확대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최대 밀집도를 보이는 편의점들은 과다출점으로 인해 본사 영업이익이 최저 수준이다.
세븐일레븐은 영업이익률이 1%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특수한 사례를 업계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또 대리점과 가맹점 사업을 프랜차이즈업계 하나로 묶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부정적 의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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