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떻게 들고 가지?".. 포장용 테이프 없앤 마트 가보니 [뭐든지 리뷰]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8 10:30

수정 2020.01.18 10:29

박스 직접 접어보고, 장바구니 정말 많아졌는지 관찰도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 / 사진=이혜진 기자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 / 사진=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부터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박스 포장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환경부와의 협약에 따라 자율포장대의 박스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을 없애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자율포장대 자체를 없애려고 했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크자 우선 테이프와 노끈만 없애고 상자는 제공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많은 이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진지 벌써 3주, 자율포장대의 풍경은 과연 어떨지 서울 모처의 대형마트를 찾아 직접 관찰해봤다.

■ 직접 찾은 자율포장대.. 딱지처럼 접은 박스 하단 '불안'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것은 '포장재 폐기물 감축'을 위한 선택이다. 3개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한 해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은 658톤, 면적으로만 따지면 상암구장 857개를 덮을 분량이다.
'환경 보호'라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개별 장바구니 또는 마트에서 대여하는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자율포장대에서 여전히 제공되는 종이상자 / 사진=이혜진 기자
자율포장대에서 여전히 제공되는 종이상자 / 사진=이혜진 기자

그래도 때로는 박스가 꼭 필요한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자율포장대에서 박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자율포장대에서 박스를 포장해 물건을 옮겨보기로 했다.

알려진 대로 자율포장대 앞은 물론 마트 곳곳에는 1월 1일부터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박스는 그대로였다. 다만 이를 직접 붙이고 묶을 수 있는 도구들이 사라졌을 뿐이다.

딱지처럼 접은 박스 하단은 무거운 물건을 담기엔 무리였다. / 사진=이혜진 기자
딱지처럼 접은 박스 하단은 무거운 물건을 담기엔 무리였다. / 사진=이혜진 기자

예전에는 테이프를 뜯어 상자를 포장했다면, 지금은 하단을 조립해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 많이 해봤던 딱지 접기처럼 박스 하단을 조립해 물건들을 담아봤다. 예상보다는 튼튼했지만 다소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담기에는 불안해 보였다.

역시 테이프 포장 없이 상자를 이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웬만하면 권장하는 방법대로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박스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굳이 테이프를 사면서까지 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 장바구니 사용 늘었다.. "불편하지만 감수해야"

취재를 나오기 전 이번 조치 이후로 장바구니 사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내용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계산대 근처에서 물건을 계산하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다수의 손님들은 물건을 계산하며 자연스러운 듯 장바구니를 꺼내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박스에 물건을 담아 옮겼을 차량 이용자들의 장바구니 이용률도 꽤 높아 보였다. 주차장에서 마트로 향하는 손님들의 쇼핑카트에 놓여있는 장바구니들이 눈에 띄었다. 개인용 핸드카트에 물건을 채워 마트를 빠져나가는 손님도 있었다.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없어진 자율포장대의 모습 / 사진=이혜진 기자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없어진 자율포장대의 모습 / 사진=이혜진 기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자율포장대의 이용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율포장대는 박스를 포장하는 손님들의 전유물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테이프와 끈이 사라지며 한결 깔끔하고 넓어진 자율포장대 위에서 손님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구매한 물건을 옮겨 담고 있었다. 특히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대형마트의 바뀐 정책을 잘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분명 있었다. 테이프가 없어 당황하는 사람도, 박스 조립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목격했다. 예전처럼 박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두세 겹씩 쌓은 박스에 물건을 담아 조심조심 차량으로 이를 옮겼다.

구매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은 한 손님의 모습 / 사진=이혜진 기자
구매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은 한 손님의 모습 / 사진=이혜진 기자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박스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56ℓ 용량의 대형 장바구니는 지난 13일까지 6만 개 가량 판매됐다고 한다. 12월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롯데마트도 지난 1일 이후로 하루 평균 9000여 개의 장바구니가 팔렸다. 연말과 비교해 2배 정도 판매가 늘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장바구니 판매가 25.8% 증가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환경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다소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분명 있었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다면 이 불편함에 모두들 적응해 '예전엔 마트에서 박스도 직접 포장했었지'라고 회상하는 날이 분명 오지 않을까.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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