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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기차 전환으로 10년간 일자리 40만개 없어진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4 18:14

수정 2020.01.14 18:14

메르켈 설립 자문기구 보고서
"배터리 수입 의존땐 피해 심각
부품 공급망 독일 기반해야"
車업계 "8만8000개 줄어들 것"
독일이 전기차 전환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40만개 일자리 감소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 전체 노동력의 약 1%가 실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인가한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는 또 주로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독일 자동차 업계 모임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극도로 과장됐다면서 일자리 감소폭이 8만8000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독일 산업의 핵심인 자동차 산업 변혁기를 맞아 독일이 내홍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설립한 자문기구인 국가미래 모빌리티 플랫폼(NPM)은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최악의 경우 전기차 전환으로 2030년까지 독일 전체 노동력의 약 1% 수준인 40만명 이상이 실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스바겐,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연합(EU)의 벌금 부과를 피하기 위한 전기차 매출 확대를 부품 수입에 의존할 경우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앞으로 2년 안에 전기차를 비롯한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없는 친환경차 수십만대를 생산하지 못하면 EU에 수십억유로 규모의 벌금을 내야 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부품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용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장 값비싼 부품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휘발유·경유 등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속히 이동하게 되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면에서 심각한 변화가 수반된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NPM 실무그룹 책임자인 회르그 호프만 IG철강 노조 위원장은 "부가가치 창출과 국내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지키려면 밸류체인 전체가 독일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포함해 주요 부품 공급망이 독일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와 보슈를 비롯한 부품업체 대표들이 포함돼 있는 NPM은 보고서에서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이 훨씬 적기 때문에 자동화가 더 많이 진행되고, 필요 인력 또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계·자동차 공학, 기술 개발·디자인, 금속 소재산업의 일자리 역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NPM은 일자리 감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기차 전문가들 인력풀을 만들기 위한 지역허브 육성과 기존 노동자들이 전기차 생산 부문에 재배치 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직업교육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에는 전기충전소 설치에 속도를 내고, 합성연료 사용 같은 다른 환경친화적 선택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 산업의 중추로 직접 고용인원만 80만명이 넘고, 연관 산업을 포함하면 30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막대한 기술개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발표된 감원 규모는 5만명을 넘었다. 독일 경제연구소 Ifo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자동차 노동력이 1.3% 줄었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독일 업체들이 전기차 1000만대를 생산토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노동계가 주축이 된 NPM 보고서에 대해 비용을 고려하는 사측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계 모임인 VDA는 NPM 보고서가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VDA는 2030년까지 일자리 감소폭이 8만8000개 수준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르트 크리스티안 실 VDA 사무총장은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하하기 위해서는 업계, 노조, 기술교육 증진을 위한 정책 등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에는 IG메탈을 비롯한 막강한 노조가 버티고 있어 폭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 포르셰의 추펜하우젠 공장이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될 때도 단 한 명도 감원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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