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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정책, 좀 더 차분해질 수 없을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4 16:57

수정 2020.01.14 16:57

文대통령 "원상회복" 강공
흥분하면 시장 이기지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가격상승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상회복'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봄 수준을 염두에 둔 듯하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집값이 오른 곳은 가격안정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란 경고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년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의 '임전' 태세는 재차 확인됐다.


집값은 잡아야 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는 불로소득의 원천이다. 가만히 앉아서 몇 억을 벌기도 한다. 이는 소득양극화를 낳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문 대통령은 "일부 지역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상승이 있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청년들은 다락같이 뛴 집값에 낙담한다.

문제는 어떻게 집값을 잡을 것이냐다. 이 점에서 문재인정부는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연합은 현 정부 들어 집값·땅값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재인표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는 오로지 시장의 고삐를 죄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마치 시장에 대고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붙어보자'는 식이다.

부동산은 독특한 상품이다. 기본적으로 여느 상품처럼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한다. 공급이 늘면 값이 떨어지고, 공급이 줄면 값이 오른다. 여기에 부차적으로 공공재적 성격이 가미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보면 앞뒤가 바뀐 것 같다. 그러니까 자꾸 시장과 싸우려 든다.

'원상회복'은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서울 집값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꽤 큰 폭으로 떨어져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집값은 거품보다 급락이 더 위험하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시작됐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역시 서브프라임모기지(저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을 질렀다. 어느 나라든 부동산 대출 부실은 금융 부실로 옮아갈 위험성이 크다.

버블은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정책 목표는 원상회복보다 가격안정에 두는 게 합리적이다.
'전쟁'에 나서면 흥분하기 쉽다. 그러나 경제는 흥분하면 진다.
향후 부동산 정책이 좀 더 냉정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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