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미세먼지만 체감한 미세먼지 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3 17:39 수정 : 2020.01.13 17:39
겨울철인 12월~이듬해 3월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30%까지 높아진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처음으로 계절관리제를 시행 중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달분의 계절관리제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대형사업장은 20~30%의 감축효과가 있었다는 발표가 이달 중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조 장관의 말처럼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2년 넘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체감하지 못할까. 우리가 체감하는 것은 커져만 가는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뿐이다. 미세먼지가 줄었다고 체감하기엔 지난해 미세먼지 탓에 외출을 못했거나 마스크를 써야만 했던 날들을 우리 몸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제는 고농도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75마이크로그램(㎍)을 초과했을 때 발령되는 미세먼지 '매우 나쁨' 일수는 2018년 4일에서 지난해 9일로 2배 이상 치솟았다. '매우 나쁨'인 날은 미세먼지 취약계층은 물론 일반인도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수준이다. 국민건강을 놓고 정부가 유리한 데이터만으로 편리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의 건강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초미세먼지 pm2.5의 연평균 농도를 ㎥당 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농도는 25㎍으로 여전히 WHO의 초미세먼지 권고기준보다 2.5배 나쁘다.

한국은 세계에서 27번째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국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도시를 비교했을 때도 대기질이 가장 나쁜 100대 도시에 한국의 도시는 무려 44개나 포함돼 있다. 정부 주장을 비판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미세먼지 문제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라는 두가지 현상이 만나 대기정체를 일으킬 때 나타난다. 두가지 전제는 화석연료 과사용이 야기한다. 이 때문에 요즘 계절관리제니 비상저감조치니 하는 우리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들도 화석연료 감축이 핵심이다.

하지만 대기와 기후는 국경이 없다. 우리만 화석연료를 줄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물론 환경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정부 정책이 몇 년 전 미세먼지 대책에서 최근에는 대기와 기후 정책으로 시야가 넓혀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국 한반도 미세먼지 문제의 진단서와 처방전에는 '중국'이라는 항목이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조 장관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 정책을 통해서 줄여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일단은 우리 것을 먼저 줄이고, 해외 협력과 정책 공조를 통해 줄여가는 이런 이중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이는 또 미세먼지의 책임이 환경부 차원을 넘어 외교부와 청와대까지 간다는 얘기다.

정부는 한·중 장관회의를 정례화하고, 중국 베이징에 한중협력센터를 설립하는 등 그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슬로건처럼 국민의 체감이 중요하다. 현 시점, '체감'이라는 기준에서 미세먼지 정책은 '체감할 수 없음'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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