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PV 백신’은 남녀 모두를 위한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3 17:39 수정 : 2020.01.13 20:38
"여자들만 맞는 주사 아니야?"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라고 하면 성별을 불문하고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남성들에게는 더욱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자궁경부암백신이라고 부르는 이 주사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대한 백신이다.

HPV는 남성과 여성 모두 감염될 수 있다.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외음부암·질암 등을, 남성에게는 성기 사마귀(콘딜로마)와 고환암·항문암·두경부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 HPV에 감염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접종을 받으면 여성은 물론 남성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남성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인지했더라도 접종을 망설인다. 가장 큰 원인은 '자궁경부암백신'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때문이다. HPV에 대한 백신임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 주사라고 하니 남성들은 당연히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HPV 백신'으로 표현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 접종으로 남성들이 다양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명칭을 바꾸고, 효과를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현실적 장벽으로 높은 비용도 문제다. 남성들의 예방접종 비용은 만 14세 미만 40만원, 만 14세 이상은 최소 60만원 선이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가격이 비싸 선뜻 접종받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 여성의 경우 만 12~13세라면 2회 무료 접종을 국비로 지원받고 있지만, 남성은 자비로 접종해야 한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남성 청소년에게도 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직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HPV는 백신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부작용 논란도 있기에 백신 접종을 강요하거나 강권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몸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imne@fnnews.com 홍예지 e콘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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