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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있고 '윤석열' 없고…이성윤 취임사에 담긴 속뜻

뉴스1

입력 2020.01.13 14:47

수정 2020.01.13 17:23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황기선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황기선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News1 황기선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23기)이 13일 취임 일성으로 구성원들에게 검찰개혁에 동참해 줄 것을 주문하면서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법무부가 지난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 실무를 맡은 차장·부장검사들까지 물갈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사가 사실상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층 누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검찰권을 절제해 행사하고 민생과 관련된 임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은 당시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법무부가 확고히 견지해 갈 3가지 원칙으로 인권과 민생, 법치를 내세운 바 있다.

반면 윤 총장이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10일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일선 지검장들에게 당부한 "'중요 사건은 내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지휘·감독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특히 진행 중인 중요사건 수사·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란 내용은 빠져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전출입 인사 대상 고위간부에는 이 검사장도 포함돼 있었다. 윤 총장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서울중앙지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와 청와대 선거개입,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중요 사건이 진행 중인 만큼 이 지검장에게 당부한 발언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 인사 직후 현 정권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냐는 검찰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신년사에서 "검찰 구성원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공언한 윤 총장이 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하던 수사를 '법과 원칙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검찰 안팎에선 당장 이 지검장의 취임보다 설 연휴 이전에 이뤄질 중간간부 인사의 규모와 내용을 봐야 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검사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범죄혐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수사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조 전 장관 딸 조모씨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부정수수를 두고 뇌물수수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갈리는 식이다. 또 새로 온 차장·부장검사들이 기존의 방대한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살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중간간부 교체 대상자로는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50·29기)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48·31기),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47·28기)와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49·32기)이 거론된다.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해온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50·29기)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50·31기)도 언급된다.

현 정권을 수사하는 검사들만 바꾸는 모양새를 피해 앞서 고위간부 인사처럼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거란 관측도 있다.


한 현직검사는 "검찰개혁이나 민생범죄에 집중하자는 말은 취임식에서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고 결국 앞으로 인사를 봐야 한다"며 "3차장이나 특수2부장을 그대로 둔다고 하면 청와대가 수사에 손을 안 대겠다는 거지만, 반대라면 (이 지검장에게) 메시지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으로선 앞선 인사를 두고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라는 내부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도 고려 대상이다.
이 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어렵고 힘든 과정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구성원 상호 간의 이해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 모두 동료로서 서로 사랑하고, 소통하며, 화합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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