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아프리카

우크라 여객기 추락에 되살아나는 KAL기 악몽

뉴스1

입력 2020.01.11 09:00

수정 2020.01.11 09:00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8일 이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1983년 소련 전투기에 피격된 대한항공(KAL) 보잉 747 여객기의 아픔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추락 원인은 현재 본격적으로 조사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위험한 지역을 날다가 죄없는 민간인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사고 여객기가 테헤란 외곽 지역 상공에서 한 차례 섬광을 뿜은 뒤 추락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해당 여객기가 "기계적 결함 때문에 추락했다"는 이란 당국의 설명과 달리,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는 '미확인' 정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뒤이어 미국과 캐나다 역시 여객기가 격추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보안위원회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미사일, 정확히는 토르 M-1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토르는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로 지난 2017년 이란은 토르 M-1 미사일을 수입해 보유하고 있다.

다닐로프 사무총장은 "추락 지점 근처에서 발견된 미사일의 파편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면서 미사일 격추설이 주요 추락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여객기는 출발이 한시간 지연된 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여객기는 8000피트 이상까지 오르지 못한 상태였으며 이륙 뒤 약 2분후 추락했다. 최초 조사 단계에서 목격자들은 추락 전에 이미 화염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이란 조사 당국에 따르면 여객기는 공항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했지만 구조를 요청하는 무선을 보내지는 않았다.

이번 사고가 만약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여객기를 미국 전투기나 정찰기같은 것으로 오인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소련이 1983년 9월1일 대한항공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을 때와 유사하다.

당시 뉴욕발 서울행 대한항공 007편은 알래스카에서 급유 후 실수로 항로를 이탈해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 소련은 자국 비밀 해군 기지 방향으로 날아오는 이 비행기를 미국의 RC-135 정찰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의 정찰기는 여객기처럼 위장한 모습인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여객기가 사할린 영공으로 들어서자 소련은 경고등을 켜는 등 수차례 경고했지만 반응이 없자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 한국인 105명과 미국인 63명이 포함된 승객과 승무원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건 후 5일만에 소련은 여객기를 격추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후 미국과 소련간의 심각한 냉전 상황과 남한의 군사독재 상황 하에서 이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수많은 음모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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