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맹의 압박'vs'교민 안전'…호르무즈 파병 딜레마

뉴스1

입력 2020.01.08 15:15

수정 2020.01.08 15:15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이란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 미군기지를 공격하며 중동의 화약고가 터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파병문제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직접적으로 한국군의 동참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동맹의 압박'이 더욱 커진 가운데 이란과의 관계와 현지 교민 안전을 고려했을 때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되며 고심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해리스 대사는 7일 밤 방송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저는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미동맹 등을 고려해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건과 관련해 그동안 "항행의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미동맹과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고려해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기 힘들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있었다.

특히 지난달 한 매체가 국방부가 바레인에 사령부가 있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영관급 장교 1명을 올해 1월쯤 파견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달부터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임무지를 옮겨 파병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또한 일본이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하는 NSC 회의에서 해상자위대의 중동 파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의 움직임 등을 점검하면서 궤를 함께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더욱 고조된 데 이어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함정을 파견하자니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고 자칫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이란의 무역액은 한 때 170억달러에 달했을 정도로 양국은 정치적·경제적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인구 8000만명 수준의 시장으로 미·중 등 주요 수출국에 비하면 크지 않으나 중동 2위 규모인 데다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이유로 이란 외무부 세예드 아바스 무사비 대변인은 지난해 8월 "한국과 같이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우호적이었던 나라가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해 끝이 분명하지 않은 (미국의) 행동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또한 이란 및 주변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이라크와 이란에 각각 1600여명과 290여명이 머물고 있다. 이어 미국의 우방인 레바논과 이스라엘에도 각각 150여명과 700여명이 체류 중이다.


만에 하나 향후 이란이 미국의 동맹국을 모조리 적으로 판단한다면 우리 선박과 우리 국민의 안전도 안심을 할 수는 없다.

국방부는 현재 '우리 선박과 국민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는 뚜렷한 결정 대신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7일 미국으로 건너가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윤곽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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