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WSJ "美, 韓 방위비 인상하려면 지출계획부터 제시해야"

뉴스1

입력 2020.01.08 08:20

수정 2020.01.08 08:20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한국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먼저 증액한 비용을 어떻게 사용할지 보여줘야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른바 '쇼핑 리스트'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9월부터 총 5차례의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달 중 미국에서 회의를 또 가질 예정이다.


미국은 처음 협상에서 2020년에 분담금 50억달러(약 5조8025억원)를 요구했는데 이는 작년(9억3000만달러·약 1조848억원)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1991년 이후 약 30년간 체결해 온 SMA에서 한국이 내는 비용이 35% 이상 증가한 적은 없었다.

WSJ은 한국의 분담금을 인상하려면 미국은 한국 정부에 지출 계획과 비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 10년 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합의한 내용 중 하나로, 미 협상가들은 이에 따라 각 비용에 가격표를 붙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칼 프리드호프 시카고국제문제위원회(CCGA) 연구원은 50억달러와 관련해 "만약 요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가 그걸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명확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 협상 내용을 브리핑한 사람들은 미국이 50억달러를 요구하자 한국은 2019년보다 약 4~5% 증가한 비용을 제시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금협상대표는 지난달 협상 내용과 관련해 미국이 당초 요구를 일부 철회했다고 시사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초기 제안과는 다른'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미 협상단이 한국을 설득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이전에 요구하지 않았던 비(非)전통적인 지출 항목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위해 미군 장비나 병력을 이동할 때 드는 비용'을 한국이 더 부담하는 방안이 고려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왔다.

앞서 드하트 협상대표은 회견에서 '준비태세' 비용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훈련, 수송 등 비용을 언급했었다. 그는 또 한국이 상당량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일은 미국이 어떤 합의를 평가할 때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매체는 지난달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미 협상팀은 '50억달러는 과하다'는 미 의회의 반대여론 등을 고려해 대폭 증액안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외교가에서는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을 10~20% 수준으로 합의하고 대신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등의 절충안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한국 매체가 보도한 10~20% 인상안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미 협상단은 1월 열리는 다음 협상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결과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킴으로써 비재정적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미군 주둔으로 자연재해부터 무력 충돌까지 예상치 못한 지역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한편 정보 공유를 통해 안보 지렛대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일 페리어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은 이를 "보이지 않는" 이익이라고 표현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협상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타당성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우리에겐 동맹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면서 "만약 우리가 돈 때문에 그들을 잃는다면, 이건 아기를 목욕물과 함께 버리는 것과 같다(중요한 것을 쓸데없는 것과 함께 버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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