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북핵·사드·지소미아…文대통령 '한중일 삼각외교' 난제

뉴시스

입력 2019.12.11 18:55

수정 2019.12.11 18:55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앞두고 고심…북미 대치로 한반도 위기감 고조 '한반도 평화' 특별성명 도출 미지수…中·日 평화 협력 요청 설득력 한계 사드·지소미아, 한중·한일 잠재 갈등 요소…양자 정상회담 의제시 '부담'
【도쿄(일본)=뉴시스】지난해 7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5.09.
【도쿄(일본)=뉴시스】지난해 7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5.0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의 절정 국면에 '한중일 삼각외교'에 나서면서 상황 변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중국·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우선 풀어야 할 과제들까지 더해져 무거운 중국 방문 길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24일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에서 예정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치·경제·안보 등 3국 공통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7차 회의에서는 동북아 평화 구축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당시 3국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유지의 공동 책임을 확인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 열렸던 지난해 7차 회의와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의 장기 교착, 최근 북미 간 날선 공방 상황 등을 감안하면 향후 접근법에 있어 3국 정상간 공통된 인식을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 평화로 연결된다는 원론적인 입장과 함께 주변 당사국인 중국과 일본의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북한의 대화 이탈을 막기 위한 주변국의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3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 기간 다자회의체 이외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별도로 추진 중이다. 23일 베이징을 경유해 시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한 뒤, 24일 청두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뉴시스】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모습. 2019.11.04.since1999@newsis.com
【방콕=뉴시스】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모습. 2019.11.04.since1999@newsis.com
지난해 7차 회의에서 순회 개최국 정상인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5일 문 대통령 접견 자리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계기 문 대통령의 방중을 중시하고 있다"며 양자 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시사한 바 있다.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이후 6개월만이다. 베이징에서의 양자 회담은 2017년 11월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 계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매개 삼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간 채널이 꽉 막힌 상황에서 시 주석을 통한 북한과의 간접 소통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변함 없는 비핵화 의지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 ▲대화를 통한 해결과 합리적 방안 모색 희망▲남북 화해협력 추진 의사 등 김 위원장이 갖고 있는 4가지 의지를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러한 시 주석의 조언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역사적인 6·30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

【오사카(일본)=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6.27.
【오사카(일본)=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6.27.
왕이 위원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필요한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과정 속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강조한 것은 한미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완전히 접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20년 정세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가변적일 수 있지만 미국을 배제하고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속에서 국제사회로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2017년 '중·러 공동행동계획'을 발표하며 새로운 비핵화 해법을 제시한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길'과 부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쌍중단·쌍궤병행'이라는 중국식 해법과 3단계로 나눠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러시아식 해법의 공통점을 모은 것이 중러 공동행동계획이다.

【방콕(태국)=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1.04.
【방콕(태국)=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1.04.
거의 모든 한중 정상회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관한 해결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부담이다.

왕이 위원이 방한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서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며 비판한 점을 미뤄볼 때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았었던 한일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기를 결정한 것은 임시 봉합 수준으로 언제든지 갈등이 재점화 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국 명단)의 복원 등 일본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오는 16일 도쿄에서 예정된 한일 수출정책대화(국장급 협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벚꽃 놀이 행사'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한국과의 갈등을 일부러 키울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일 첫 정책대화에서부터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각각의 양자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정상회담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상의 구체적인 것을 언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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