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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항암제 시장 잡아라"… 글로벌 제약사 인수합병 ‘바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0 17:13

수정 2019.12.10 18:52

美머크·佛사노피 잇단 M&A 성사
시장규모 5년후 2배 성장 ‘장밋빛’
특허 상당수 만료 임박 ‘우위’경쟁
중소 개발 제약사 몸값 ‘천정부지’
프랑스 사노피의 연구생산센터. AP 로이터 뉴스1
프랑스 사노피의 연구생산센터. AP 로이터 뉴스1
최대 제약사 미국 머크 본사.AP 로이터 뉴스1
최대 제약사 미국 머크 본사.AP 로이터 뉴스1
세계 최대 제약사 2곳인 미국 머크와 프랑스 사노피가 9일(현지시간) 각각 항암 제약사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5년 뒤 시장 규모가 2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항암제 시장에서 우위를 다지기 위한 전략이다. 제약 특허 상당수가 만료를 앞둔 가운데 대형 제약사들 간에 항암제 시장 우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크와 사노피는 경쟁이 격화하는 항암제 시장에서 제품군 강화를 위해 이날 대규모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머크는 미 중소 제약사 아큘을 주당 107% 웃돈을 얹어 2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사노피는 역시 미 제약사인 신톡스를 172% 프리미엄이 붙은 25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머크가 인수하기로 한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아큘은 ARQ531로 부르는 혈액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머크는 자사의 항암제 키트루다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일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의 경고 속에 항암제 제품군 다양화를 서두르고 있다.

키트루다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 규모는 72억달러에 이른다. 연초 머크는 역시 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는 틸로스 쎄라퓨틱스, 펠로톤 쎄라퓨틱스 2곳을 사들인 바 있다. 머크의 인수합병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머크의 아큘 인수는 "이같은 인수합병의 끝이라기보다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노피는 지난 9월 폴 허드슨이 최고경영자(CEO)로 들어선 뒤 첫 행보로 신톡스 인수에 나섬에 따라 앞으로 항암제가 사노피의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의 항암제 제품군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이 최근 항암제 제품군 강화를 위해 경쟁사인 셀진을 740억달러에 인수했고, 화이자는 올 여름 어레이 바이오파마를 106억달러에 사들였다. 또 엘라이릴리는 연초 약 80억달러에 항암제를 만드는 록소온콜로지를 매수했다.

항암제 시장의 장밋빛 전망이 제약사간 인수합병 바람을 부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현재 1230억달러 수준인 전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앞으로 5년 뒤인 2024년에는 배 가까이 커지게 된다. 제약사들은 게다가 기존 제약 특허가 서서히 끝나고 있어 안정적인 주수입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미 식품의약청(FDA)의 항암제 신약허가 기준 완화도 항암제를 개발 중인 중소제약사 인수합병 바람에 한 몫하고 있다. FDA는 규모가 더 작고, 시험 기간도 짧으며, 비용이 적게드는 임상시험 자료만으로도 항암제 신약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연간 10만달러까지 들 수 있는 항암치료 승인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항암제 확보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덕분에 항암제를 개발하는 중소 제약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에버코어 ISI 분석에 따르면 중소제약사 인수를 위해 대형제약사들이 지불하는 웃돈이 지난 5년 평균 67%에서 올해에는 114%로 배 가까이 폭등했다.
WSJ은 항암제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제약사들은 개별 시장에서 1, 2위 경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2위 밖으로 밀려나면 큰 이윤이 보장된 항암제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제약사들이 항암제 시장에서 몸집 불리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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