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김우중 타계, 그의 기업가정신은 불타오르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0 17:09

수정 2019.12.10 17:09

공과 둘러싸고 논란 있지만
창업·개척 정신은 본받을만
김우중 전 대우그룹 창업주가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우중은 한국 기업사, 나아가 경제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기업인 김우중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공과를 넘어 김우중이 큰 인물이었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듯하다. 특히 기업가정신의 퇴조를 걱정하는 요즘 개척자 김우중의 세계경영 정신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낳는다.


외환위기 이전 김우중은 스타 기업인이었다. 1960년대 중반 섬유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을 시작한 김우중은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당시로선 보기 드문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그룹의 몸집을 키웠고, 특히 1990년대엔 동유럽 등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세계경영 전략을 펼쳤다. 그룹이 공중분해(1999년) 되기 직전인 1998년 대우그룹의 수출액은 한국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하기도 했다. 꼭 30년 전에 나온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6개월 만에 100만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젊은이들은 김우중을 보며 창업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김우중은 우상에서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검찰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 혐의로 김우중을 기소했고, 대법원은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확정했다. 그 뒤 김우중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했으나 끝내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채 타계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5년 전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기념회에서 "대우는 부실기업이 아니라 희생양"이라며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라는 맥락에서 큰 그림으로 대우와 김우중 회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이미 김우중과 대우그룹에 대해 사법당국의 판단이 내려졌다며 재평가 요구를 일축한다. 이제 김우중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몫으로 넘겨졌다.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김우중이 뿌린 기업가정신이다. 외환위기 뒤 그는 GYBM(글로벌 청년사업가) 프로젝트에 공을 들였다. 김우중은 청년창업을 돕는 멘토가 되고자 했다.
2014년 모교인 연세대 강연에서 그는 "비록 나는 세계경영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대신 여러분이 해외로 눈을 돌려 더 큰 꿈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김우중은 줄곧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은 젊은이들"이라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역설했다.
그가 유산으로 남긴 기업가정신만은 앞으로도 활활 타오르길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