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핀란드 34세 女 총리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0 17:09

수정 2019.12.10 17:09

요즘 핀란드에는 남녀 공용 화장실이 흔하단다. 최근 다녀온 지인의 전언이다. 여기엔 남성용 소변기는 따로 없다. 여성 화장실 앞에만 긴 줄이 생길 소지를 줄여 생활 속에서 양성평등을 보장하는 셈이다.

물론 이 경우 여성들에게 오히려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화장실 '몰카' 사건 등을 떠올렸을 때다.
하지만 이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센터의 양성평등 관련 사회제도지수(SIGI)를 보면 기우인 듯하다. 180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중 핀란드는 시민적 자유 제한영역에서 '밤길을 여성 혼자 걸을 때 안전성' 91%로 1위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핀란드에서 지구촌 최연소인 34세 여성 총리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핀란드 제1당인 사회민주당이 교통부 장관인 산나 마린 의원을 신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다. 더욱이 현 핀란드 연립정부를 이끄는 5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고, 대부분 30대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이 세계적 양성평등 선도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매우 이례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핀란드가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나라임을 상기한다면 그다지 놀랍진 않다. 올 6월 현재 200명의 국회의원 중 여성이 92명이며 내각에서도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여서다.

우리 사회도 화제의 영화 '1982년생 김지영'이 그리는 세태에 비해선 양성평등의 정도가 나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OECD가 최근 발간한 '한눈에 보는 정부 2019' 보고서에 나오는 양성평등 관련 지표를 보라. 한국은 국가예산에 성인지예산을 반영하고 있는 나라로, 젠더예산지수(GBI)는 0.78(0∼1점)로 OECD 평균(0.53)보다 높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았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핀란드 등에 비할 바가 아닌 데다 여성 고위공무원도 OECD 평균보다 11.0%포인트 적은 22.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