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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디플레 우려' 선긋지만 지표로 보면 이미 디플레 진입[이슈분석]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8:12

수정 2019.12.09 18:12

GDP디플레이터 1년간 마이너스
한은은 '디플레 우려' 선긋지만 지표로 보면 이미 디플레 진입[이슈분석]
포괄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마이너스 행진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한국은행은 수출부문 물가 하락의 영향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와는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디플레이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부진으로 GDP 디플레이터의 소비부문 물가상승률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친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미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일 한은에 따르면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4분기를 시작으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 3·4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2015년 기준)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1·4분기 이후 역대 최저치다. 수출 디플레이터가 6.7% 하락한 것이 전체 GDP 디플레이터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출보다 내수부문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3·4분기 소비 디플레이터는 0.4% 상승에 그쳤다. 상승세를 유지는 했지만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분석처럼 GDP 디플레이터 마이너스에는 수출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이지만 마이너스 폭이 커지는 이유는 갈수록 약해지는 내수 물가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소비 디플레이터의 하락은 국내 경기 부진에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성장 부진으로 소비(수요)가 약해지면서 지난 8~9월 2개월 연속으로 월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소비 디플레이터에도 강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한은에서도 당분간 GDP 디플레이터는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 4·4분기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경기 부진 탈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국민소득 브리핑에서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저성장·저물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GDP 디플레이터가 당분간 플러스로 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2분기 이상 하락할 경우를 '디플레이션'이라고 본다.
GDP 디플레이터로 봤을 때 이미 지난 2·4분기에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고 보는 시각인 것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장기화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GDP 디플레이터가 1년 동안 마이너스라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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