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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무원 고발로 불똥 튄 ‘여야 예산안 기싸움’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8:06

수정 2019.12.09 18:06

김재원 "4+1 협의체는 불법"
2020년도 국가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과 연말 국회 기 싸움 속에 정치권에선 공무원들에 대한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죄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9일 여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으로 구성된 여야 '4+1 협의체'가 자체 예산 심사안을 마련했다. 여기서 빠진 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예산안과 관련 시트 작업(예산 세부 명세서 작성)을 도운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등 공무원들이 고발 경고를 받는 등 파장도 커지고 있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인 민주당과 군소 정당 사이에 법적 근거도 없는 '4+1 협의체'가 예산안 심사를 했다. 이들은 국회법상 규정된 교섭단체 대표자도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트 작업을 도운 기재부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이)위에서 시켰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일상적인 공무집행으로 지난 정권 수많은 공직자가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한국당은 또 예산심사가 중단된 이후 (시트 작업 등을 살펴) 새로 추가된 예산명세표 항목마다 담당자를 가려내 이를 지시한 기재부 장관, 차관, 예산실장, 담당 국장, 담당 과장을 직권남용죄와 정치관여죄로 모두 고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발언이 실제 고발→ 수사로 이어지기보다는 여당에 대한 예산 강행처리 저지, 또 다른 한편으론 공무원들에 대한 압박 수단이라는 데 더 무게가 실린다.

이 두 법은 역대 정부에선 전임 정부 고위직 공무원들을 단속한 근간이 된 법으로 공직사회나 정치권에선 악명이 높았다. 전 정권 각종 통치 행위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많지만, 일각에선 전 정권에 충성을 바친 '부역죄', 이에 따른 '괘씸죄'로도 불리며 개선 요구도 많았다. 또 전·현 정권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라는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여야가 9일 극적 합의 끝에 예산안은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하면서 한국당의 공무원 고발 방침은 사실상 해프닝에 그치게 됐다. 하지만 여진은 두고두고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여야 이해가 상충하는 비슷한 이슈가 발생하면 앞으로도 직간접으로 관여한 공무원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죄는 현재보다 미래 어느 정부에선 과거사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여야 간 극한 대립 상황이라도 준법의 틀 내에서 해법을 찾는게 중요하다.
공무원을 정치논리의 인질로 삼는 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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