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9988’ 아닌 ‘9983’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7:28

수정 2019.12.09 17:28

[여의도에서]‘9988’ 아닌 ‘9983’
앞으로 '9988'이 아닌 '9983'이다. 중소기업업계에서 연말 송년모임에서 건배사로 애용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9988'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자'라는 의미다. 백세시대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 또 다른 한 가지는 '99(대한민국 사업체 비중), 종업원 비중(88)'이다. 중소기업이 대한민국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어 중기인으로서 자부심을 갖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첫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9988'에 변화가 필요하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말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모두 630만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했다. 다만 중소기업 종사자는 1599만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1929만명)의 82.9%로 확인됐다. 수십년간 '9988'로 사용해 온 통계가 잘못된 것으로, 이를 잘 알지도 못한 채 관용적으로 표현돼 온 셈이다.

이 같은 통계가 나온 사정은 이렇다. 그동안 중기부의 중소기업 기본통계는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전국 사업체조사 결과'를 가공해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사업체만 조사함에 따라 전자상거래업, 부동산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은 통계에서 제외돼 왔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정책 수립을 위한 조치다.

이에 중기부는 전체 중소기업을 포괄하는 정확한 통계 산출을 위해 기업단위 중소기업 통계를 시범 작성했다.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기존 사업체 단위 통계보다 기업수와 종사자수가 크게 늘어났다. 반면 전체 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은 낮아졌다. 기존 통계에선 중소기업이 373만개였지만 신규 통계에선 630만개로 조사됐다. 종사자수도 1553만명에서 1599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다만 중소기업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은 89.8%에서 82.9%로 낮아졌다. 이번 통계로 사업장이 없는 인터넷 기반 사업체의 증가 추세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프리랜서와 온라인 쇼핑 등 사업장이 없는 경우도 중소기업으로 분류, 중소기업 정책에 넣어야 한다"며 "이번 통계 조사는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며 향후 중소기업 정책에 정확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기부의 이번 통계 발표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맞춤형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개혁을 말할 때 항상 '족집게 식' '외과수술과 같은 맞춤형' 개혁 등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이다.

그간 대한민국에서 통계에 대한 논란과 시비가 잦았다. 잘못된 정보는 당초 목표와 다른 결과를 야기하며, 급기야 왜곡된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것이 결국 통계에 대한 불신과 왜곡으로 이어진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의 수집과 축적, 이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가 핵심이다.


국가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 수치는 개인으로 예를 들어보면 건강검진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검진표의 수치가 틀리면 잘못된 검진 결과가 도출되듯 국가정책 수립에 통계가 틀리면 당초 목표와 다른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중기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중소기업의 용기 있는 발표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kjw@fnnews.com 강재웅 산업2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