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중 급부상에 무역 갈등까지..NATO 정상 전방위 ‘불협화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4 18:08

수정 2019.12.04 19:52

트럼프·마크롱 ‘가시돋친’ 대화
시리아·나토 비전 두고 실랑이
공동선언문에 ‘中 도전’ 첫 언급
존슨 "무역전쟁 대응" EU 옹호
‘냉랭’/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미 대사관저에서 다음날 공식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공개 회동에서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냉랭’/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미 대사관저에서 다음날 공식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공개 회동에서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출범 70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이 조직의 비전과 방위비 분담 등을 놓고 불협화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분열은 러시아와 중국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무역 갈등까지 겹쳐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북미와 유럽의 나토 29개 회원국 정상들은 3일(현지시간)부터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3번째로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음날 본회의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기자들을 만나 나토 방위비 분담 및 시리아, 터키 문제 등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차분하게 찔러댄 트럼프

지난 2차례 회담에서 유럽 동맹들에게 싸움을 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이전에 비해 사뭇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토는 우리 이전에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지금은 진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동에서도 "나토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고 과거보다 훨씬 크고 강해졌다"고 칭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측에서 탄핵정국이 진행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노고를 강조하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들과 싸움을 피한 것도 이러한 계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본래 기질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그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에서 "일부 (방위비가) 크게 연체된 국가들이 있다"며 자신의 요구(국내총생산 대비 4% 지출)에 크게 뒤떨어지는 회원국에게 무역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과 회동에서도 돈문제를 꺼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를 수긍하면서 방위비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후 두 정상은 시리아 문제를 비롯해 나토의 비전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전에 지난 11월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가 뇌사상태에 빠졌다"라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매우, 매우 못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회동에서 지난 10월 미국의 일방적인 시리아 철군을 암시하며 나토의 전략 목표가 흐트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고국에 송환되지 않은 유럽 출신 이슬람국가(IS) 포로들을 언급하고 "좋은 IS 전사가 필요한가? 내가 줄 수 있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라며 가시 돋친 농담을 건넸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며 "당신의 최우선 해결 과제는 외국인 IS 포로가 아니다"고 응수했다.

■외부위험·무역전쟁 함께 걱정해야

이날 두 정상의 주요 논점 중 하나는 러시아산 방공 미사일(S-400)을 구입한 터키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이 서방무기와 러시아 무기를 함께 쓰는 상황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로 나토 기술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터키를 제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터키를 옹호했다. 그는 터키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무기를 팔지 않아서" 러시아 무기를 샀다며 터키가 IS 격퇴에 도움을 많이 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나토의 걱정거리는 러시아뿐만이 아니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런던 연설에서 "우리는 이제 중국의 부상이 모든 동맹들에게 안보적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나토의 영향력이 대서양 연안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중국이 극지방과 아프리카,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세력을 넓히면서 나토의 문턱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dpa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나토가 14일 본회의를 끝낸 뒤 사상 처음으로 공동선언문에 나토를 향한 중국의 '도전'에 대해 언급한다고 보도했다.

이 와중에 나토 회원국의 갈등은 무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이달 2일 프랑스의 디지털세 과세 맞대응으로 보복관세 부과를 선언한 점에 대해 "조국과 유럽의 이익을 보호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대응조치를 예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EU가 프랑스와 하나처럼 행동하겠다"고 선언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맹우로 알려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또한 3일 기자들과 만나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EU 입장을 옹호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디지털세 도입을 앞두고 있는 그는 "대형 IT 기업들이 영국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입과 운영, 세금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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