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대북 짝사랑, 되레 일만 꼬인다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4 17:13

수정 2019.12.04 17:13

주민 아닌 정권 감싸기론
北 비핵화도 통일도 요원
서독 사례서 교훈 얻어야
[구본영 칼럼] 대북 짝사랑, 되레 일만 꼬인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동해로 두 발의 발사체를 발사했다. 우리 군은 미상의 발사체라고 했다. 올해 북이 13차례 비슷한 도발을 할 때마다 되풀이했던 말이었다. 발사체의 '족보'를 제때 파악 못해 '미상' 혹은 '불상'이란 용어가 단골 레퍼토리가 된 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를 즉각 '탄도미사일'로 특정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이 아베 총리가 방사포탄과 탄도미사일도 구분 못한다며 "정치 난쟁이의 머리는 참새 골 수준"이라며 거칠게 반응했다.
반면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접목한 방사포"라고 평가했다. 대형 방사포라는 북한의 주장과 일본 측 입장을 뒤섞은 듯한 분석이다. 정확한 진상은 오리무중이란 느낌이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로 돌아섰다. 미국으로부터 전방위 복귀 압력을 받으면서다. 애초 종료 선언 자체가 실책이었다는 뜻이다.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미국의 중재를 유도하려고 빼든 카드였지만 역효과만 초래한 까닭이다. 북 발사체를 둘러싼 혼선도 그 일부다.

더욱이 지소미아를 둘러싸고 한·미·일이 갈등을 벌이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제집 드나들 듯했다. 북한이 초대형방사포 발사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난달 29일 중국 군용기가 다시 동해 카디즈에 무단 진입했다. 한·미 동맹의 강도를 떠보기라도 하듯이. 이 일련의 사태는 한반도 이슈의 이중성을 말해준다. 북의 핵무장은 민족 내부 문제이자 국제 이슈란 사실이다. 한·미·일 공조를 깨면서 북한에 '올인'하는 듯한 문재인정부의 행보가 위험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 친서를 보냈던 모양이다. 정부가 귀순한 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해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다. 그럼에도 북한은 '호의'를 매몰차게 뿌리쳤다. 답장 친서도 없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의 거절을 공개했다. "(안 되면)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간청했다"며 남측의 '저자세'까지 부각시키면서다.

지난 2년을 돌아보자. 정부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일삼는 데도 문제 삼지 않았다. 외려 국제사회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홍보'하면서다. 하지만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대북 무력사용을 시사한 까닭이 뭔가. 북한이 새로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일 게다.

남녀 관계에서도 짝사랑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밀당'이 없는 일방적 구애는 싫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하물며 나라의 명운이 걸린 담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상대가 여하한 도발을 하더라도 비위를 맞추는 데만 급급해선 긍정적 태도 변화를 이끄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문재인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제안국에서 11년 만에 빠진 건 큰 실책이다.

과거 서독은 달랐다. 차관 공여 등과 연계해 끊임없이 동독 정권에 인권 개선을 요구했다.
독일 통일도 게르만민족의 숙원이기 전에 국제 현안임을 직시했다. 미국과 견고한 동맹을 견지하면서 구소련 등 주변국을 설득하면서다.
동독 사회주의 정권을 향한 '묻지마 구애' 대신 동독 주민과 동맹을 배려하면서 결국 양독 간 결혼(통일) 행진곡이 울려 퍼졌던 것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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