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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네팔 절반밖에 안되는 北 GDP…'시장 데이터' 담아 현실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4 17:09

수정 2019.12.04 18:57

북한 통계 고치는 한은
한은 추정치, 실상과는 동떨어져
계획경제 벗어난 비공식 자료 포함
北 시장화 어디까지 왔는지도 파악
[단독]네팔 절반밖에 안되는 北 GDP…'시장 데이터' 담아 현실화
[단독]네팔 절반밖에 안되는 北 GDP…'시장 데이터' 담아 현실화
한국은행은 매년 7월께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발표를 통해 북한 경제 추정치를 공개한다. 보고서에는 국내총생산(GDP)부터 1인당 국민소득, 무역통계 등 다양한 경제지표가 담겨있지만 '추정치'라는 한계가 있다. 북한 공식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적 현장조사도 불가능하다 보니 한은 입장에서도 추정치 이상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북한 경제 현실과 추정 통계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한은은 '장마당'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은 BSI 도입 외에도 다양한 방향으로 북한 통계 보완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북한 통계는 추정치, '한계 명확'

4일 금융권 및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991년 이후 국정원 등 북한 정보 유관기관들로부터 생산량, 무역통계 등의 기초자료를 입수한 후 국제기준으로 북한 GDP를 추정해왔다.
폐쇄된 북한 경제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통계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동원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 및 한은 내부의 평가다. 특히 북한의 경제의 국제비교에서 한계를 체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 지난 2005년 북한의 1인당 GDP는 1333달러였다. 아시아 최빈국인 네팔(1419달러)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 2017년 추계에서는 네팔이 2867달러인 데 비해 북한은 1669달러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북한 GDP가 아시아 최빈국 GDP 성장률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는 저소득 국가 평균 기준으로도 확인된다. PPP 기준 저소득국가 평균은 지난 2005년 1250달러에서 2017년 2500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개혁·개방을 강조한 '김정은 시대' 들어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 통계에 정확도에 대한 지적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된 지난 2013년 이후 5년간 북한 부가가치 총생산액이 1.4% 성장했다고 조사된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평양과 국경도시들에 들어선 신축 건물과 고급차량 수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은도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해 장마당 BSI와 같은 통계 보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BSI 외 북한 통계 보완작업 중

한은은 BSI 도입 외에도 크게 세 갈래로 북한 GDP 통계 보완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간과됐던 북한의 시장화를 담기 위한 시도가 대표적이다. 시장화는 계획경제 틀에서 벗어난 북한의 비공식 경제를 의미한다.

무연탄 생산량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량은 지난 2011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은은 그동안 이 현상을 내수용 무연탄을 수출에 쓰는 것으로 추계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북한은 고급 무연탄은 주로 수출하고 중·저급 무연탄을 내수용으로 사용한다. 지난 2010년 이후 북한 무연탄 생산량 증가는 북한 당국의 허가로 광산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장마당 등을 통해 석탄거래가 이뤄지며 진행됐다. 지난 2010년쯤부터는 중국 수입업체가 투자를 진행하면서 석탄생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 탄광의 시장화'로 발생한 개인탄광 생산량도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정은이 박사는 "중소탄광 등 자체 탄광에서도 수출 원천이 되는 무연탄을 생산하는 비중이 꽤 된다"며 "중소탄광이 난립하던 시기는 실제로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이 증가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반영하기 위해 탄광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불빛의 양(조도)을 분석, 개인탄광의 생산 규모를 추적하고 있다.


또 한은은 북한이 제품 수출이나 해외 노동력 파견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북한 내부경제에 어떤 경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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