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무역 싸움꾼’ 트럼프… 유럽·남미 보복관세 예고 무차별 확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3 18:19

수정 2019.12.03 20:53

USTR "佛디지털세 美기업 차별
최대 100% 보복관세 물리겠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조사 ‘경고장’
남미 철강·알루미늄 ‘재부과’ 선언
내년 재선 앞둔 농민 표 의식한 듯
中과 합의 기대했던 시장은 ‘충격’
트럼프 엄지척 "미국인을 위해 싸우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날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륙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인을 위해 열심히 싸우러 유럽으로 간다"고 적었다. AP 뉴시스
트럼프 엄지척 "미국인을 위해 싸우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날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륙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인을 위해 열심히 싸우러 유럽으로 간다"고 적었다. AP 뉴시스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이번에는 유럽과 남미 국가들에게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전선을 전 세계로 넓혔다. 이제 겨우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기대했던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차별 확전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프랑스 디지털세에 대한 지난 5개월간의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USTR은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미국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했다"고 지적하고 최대 100%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주장했다.

■24억달러 규모에 보복

USTR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 여부를 조사했다며 "해당 세제는 국제적인 조세정책에 부합하지 않고 미국 기업들에게 특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결과 디지털세는 특히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같은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세는 조세회피를 위해 낮은 세율의 국가로 본사를 옮겨 다니는 다국적 IT 기업들에게 공정한 세무 부담을 지우기 위해 도입하는 세금이다. 프랑스정부는 지난 7월 다국적 IT 기업에게 매출의 3%를 받는 세법을 도입해 올해 1월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자국 IT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고 보고 보복관세 여부를 가리는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와인과 치즈, 핸드백 등 63개 품목, 24억달러(약 2조8488억원)어치의 프랑스 수입품에 최대 100%의 보복관세를 붙이기로 결정했다.

USTR은 내년 1월 7일부터 일주일간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실제 보복관세 시행은 그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표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그리고 터키에 대한 보복관세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유럽 국가도 조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월에 다국적 IT 기업의 매출의 2%를 거두는 디지털세 초안을 공개했고 2020년 4월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탈리아 또한 내년 1월 1일부터 디지털세를 적용할 예정이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도 내년까지 비슷한 법안을 선보일 계획이다. 터키는 비록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현재 7.5%의 디지털세를 거두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아울러 미국은 '에어버스 스캔들'에 따른 보복관세 역시 지속할 예정이다. USTR은 지난 10월 75억달러 규모의 EU산 수입품에 10~25%의 보복관세를 적용했다. 미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범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EU로부터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미 기업이 피해를 봤으므로 보복하겠다고 주장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0월에 미국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결정했고 EU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WTO는 2일 발표에서 EU의 이의제기를 다시 한번 기각했다.

■남미도 위험천만, 시장 '패닉'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환율을 조작했다면서 이들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자국 통화 가치를 대규모로 평가 절하해 왔다"면서 "이는 우리 농민들에게 좋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따라서 나는 즉각적으로 이들 국가로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재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국과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들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보복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그는 당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경우 수출물량 제한 조건으로 이를 면제했다.

외신들은 그동안 미 정부가 환율조작국 보고서에서 두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앞두고 농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중국 대두 시장 점유율 상당수를 브라질에게 빼앗겼다.

중국과 무역합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금융시장은 이날 오전 미 제조업 둔화로 1차 충격을 받은데 이어 무역전선 확대라는 2차 충격을 받으며 크게 요동쳤다.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 안팎의 급락세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0월 8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 역시 12.6에서 14.3으로 뛰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