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새 유럽연합 정상 취임의 의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7:22

수정 2019.12.02 17:22

[특별기고]새 유럽연합 정상 취임의 의의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정상이 지난 1일 취임했다. EU에는 2명의 정상이 있다.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집행위원장이다. EU의 두 개의 축을 보여주는 것이다. EU는 28개 회원국 협의로 움직이는 축과 범유럽적인 정부로서 움직이는 축이 있다. 외교안보정책은 회원국이 권한을 가지며 통상과 경쟁정책은 집행위원회가 권한을 갖는다.
권한이 혼재된 사안도 많다.

EU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1952년 창립된 이후 통합과 협력의 길을 걸어왔다. 로베르 슈망 프랑스 외교장관이 ECSC를 제의하면서 말한 대로 유럽의 과거 라이벌 간 전쟁은 생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EU 회원국 국민 중 자신을 EU의 시민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2014년 65%에서 올해 73%로 증가했다.

EU의 도전은 아직도 많다. 브렉시트, 포퓰리즘, 난민, 기후변화, 미·중과의 관계조정 등이다. 지난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여러 곡절을 거쳐 이제 '12·12 영국 총선거' 이후 의회에서 EU 탈퇴협정이 승인되기를 기다린다. 2021~2027년 적용될 다년도재정운용계획(MFF) 합의도 쉽지 않다. 영국의 탈퇴로 수입이 감소한 상황에서 기후변화, 디지털 경제 등 미래사업과 농업지원 등 기존사업 간 예산분배가 어렵다.

나토는 EU와 함께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왔다. EU가 번영을 이끌었다면 나토는 평화를 보장해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나토가 뇌사 상태에 있다고 한 것은 유럽과 미국 간 관계 재정립 움직임을 반영한다. EU가 올 3월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이자 경제적 경쟁자, 시스템 라이벌로 규정한 것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 복합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신임 집행위원장이 EU 집행위원회는 지정학적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한 것은 EU가 경제력 등을 토대로 정무 분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을 시사한다. 또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취임 100일내 유럽그린딜을 제시하겠다고 하고 유럽을 2050년까지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EU의 기후변화 대응은 여타국에 도전과 함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배경에서 EU는 10개 전략적 동반자 국가 중 하나인 한국과의 관계를 더 중시한다. 한국과 EU는 1963년 수교 이래 긴밀한 협력을 발전시켜 한국은 EU의 최고의 동반자로 꼽힌다. 한국은 EU와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3대 핵심협정을 최초로 체결한 나라다. 한·EU FTA는 교역증대와 경제성장을 가져다줬다. EU 집행위원회는 2011년 한·EU FTA 잠정발효 후 5년간 EU의 국내총생산(GDP)은 44억유로, 한국의 GDP는 49억유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EU 통계로 양측 간 무역은 2010~2018년 48% 증가했다. 한국과 EU 해군은 정기적으로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퇴치 공동작전에 참여한다.


고위인사 교류는 양측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돼왔다. EU의 새로운 정상들은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계기 브뤼셀 방문에 이어 내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정상회담에서 실질협력을 증진하고 정기 대화채널을 33개에서 36개로 확대한 데 이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증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김형진 前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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