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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美부품 없이 간다…최신 스마트폰, 미국산 없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3:52

수정 2019.12.02 13:52

In this Tuesday, Oct. 29, 2019, photo, visitors look at the 5G mobile station and a surveillance camera by China's telecoms equipment giant Huawei on display at the China Public Security Expo in Shenzhen, China's Guangdong province. The U.S. Department of Commerce has proposed requiring case-by-case
In this Tuesday, Oct. 29, 2019, photo, visitors look at the 5G mobile station and a surveillance camera by China's telecoms equipment giant Huawei on display at the China Public Security Expo in Shenzhen, China's Guangdong province. The U.S. Department of Commerce has proposed requiring case-by-case approvals of all purchases of telecommunications equipment in a move likely to hit major Chinese suppliers like Huawei. (AP Photo/Andy Wong)
[파이낸셜뉴스] 중국 화웨이가 미국 부품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화웨이 수출금지가 중국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미 기업들의 알짜배기 시장을 날려버리는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중이 화해해도 그때는 미국으로서는 이미 중국이 수입 대체, 자체 기술개발로 미 부품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늦기 전에 규제를 푸는 것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 득이 된다는 것이다.

WSJ은 UBS와 일본 기술연구소인 포말하우트 테크노 솔루션스가 지난 9월 공개된 화웨이의 최신 주력 스마트폰 메이트30을 분해해 조사한 결과 미 반도체는 없었다고 전했다. 아이핏스잇(iFixit), 테크 인사이츠 등 다른 업체들의 분해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WSJ은 덧붙였다.
메이트30은 곡면 디스플레이에 광각 카메라를 장착한 화웨이의 주력 스마트폰으로 애플 아이폰11과 경쟁하는 제품이다.

앞서 수년동안 화웨이를 압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마침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 조처를 발동하면서 퀄컴부터 인텔 등에 이르기까지 미 반도체 업체들의 화웨이 수출이 금지된데 따른 화웨이의 반격인 셈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미 반도체에 크게 의존해왔다. 스마트폰과 중계탑을 연결하는데 쓰이는 반도체는 미국의 코르보와 스카이웍스 솔루션스에서 납품받았고, 블루투수, 와이파이 반도체는 브로드컴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썼다. 또 오디오 반도체는 텍사스주의 시러스 로직에서 샀다. 화웨이는 그러나 5월 수출 금지 이후 규제품목이 아닌 다른 반도체들은 여전히 미국에서 사들이고는 있지만 규제 대상인 부품은 자체 개발이나 다른 나라 업체들을 통해 사들이고 있다.

포말하우트 분석에 따르면 5월 이후 출시된 Y9프라임, 메이트 등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자체 개발한 부품과 미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부품들이 들어가 있다. 메이트30의 경우 오디오 반도체는 시러스 로직에서 네덜란드 NXP 반도체의 제품이 들어갔다. 또 중계탑에 연결하는 반도체는 화웨이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사내에 설치한 하이실리콘에서 생산된 반도체로 교체됐다.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 그룹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롤랜드는 "화웨이가 미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이 고급 주력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을때 이는 화웨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면서 최근 화웨이 경영진을 만났을 때 그들로부터 미 부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 11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던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는 미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 코르보, 스카이웍스, 브로드컴 등 미 반도체 업체 다수는 미국의 수출금지 조처 등을 이유로 올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티그룹 반도체 애널리스트 아티프 말릭은 최근 분석노트에서 미 기업들이 "중국 국내 기업들로 대체될 점증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미국 이탈은 스마트폰으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화웨이 사이버보안 책임자인 존 서포크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설비 생산에서도 비 부품 없이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서포크는 "화웨이의 모든 5G는 이제 '아메리카 프리' 상태"라면서 미 부품을 활용하는 것이 미국에도, 화웨이에도 더 좋지만 가능하지 않다면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여름 미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5G 기지국 설비 시험운용을 마쳤고, 현재 월 5000대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월 1만2500대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컨설팅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터지스의 헨델 존스 사장은 "화웨이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들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화웨이가 언제까지 미국 없이 갈 수 있을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스마트폰용 운영시스템(OS)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들을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OS로 채택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로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유튜브, 구글지도,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같은 앱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9월 출시된 메이트30에는 이런 앱들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국내용이라면 몰라도 이같은 핵심 앱 없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당분간 화웨이의 고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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