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지소미아, 미·중 패권 차원서 봐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8 17:21

수정 2019.11.28 18:39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지소미아, 미·중 패권 차원서 봐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할지 말지를 두고 온 나라가 들썩였다. 지소미아는 미·중 패권 경쟁의 틀에서 보는 게 옳다. 단순히 한·일 또는 한·미·일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동맹에 기초한 미국의 대중전략 일환이다.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은 글로벌 지각변동에 둔감한 순진한 생각이다.

모든 것을 거래로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별난 동맹관을 가졌다.
미군 주둔비용을 더 내라고 동맹국을 압박한다. 그러나 '트럼프 마이너스 미국'은 중국의 도전,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한·미·일 3국의 협력을 중시한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포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이 미국 안보의 우선순위가 된 지금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인도·태평양전략에 불참하고 있지만 심지어 몽골, 부탄은 물론 영국, 프랑스, 캐나다까지 파트너로 참여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첫 해외 방문지가 인도·태평양전략 지역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해외공관 수에서도 미국을 앞질렀다. 최근 스리랑카에서 친중 지도자가 선출되고, 네팔이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확대하는 등 과거 인도의 영향권에 있던 남아시아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지역 패권을 꿈꾸는 인도와 갈등 가능성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22일 중국 베이징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미·중은 덩치와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며, "(미·중은 지금) 냉전의 언저리에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왕치산 중국 부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재차 언급하며 '중국몽'을 이뤄낼 자신감과 인내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패권 추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소미아 사태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실용적 논리와 선택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미·중 패권 다툼의 시대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진행될 세계질서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우리는 '코리아 퍼스트'와 같은 고립주의를 택할 역량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어느 한쪽을 택하고 다른 한쪽을 버려서도 안 되고 등거리외교, 균형외교 등과 같은 환상을 좇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 현실은 냉엄하다. 외교가 분주해져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패권경쟁 시대에는 외교안보 역량이 경제 역량을 뒷받침한다.

다자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한국은 뜻을 같이하는 미들파워 국가들과 함께 쇠퇴하는 다자주의의 부활에 앞장서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정상회의에 의제를 제안하고 다자 정상회의를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상들이 대면해야 문제도 풀린다.


다만 설득력을 가지려면 우리 스스로 주요 다자전략과 포럼에 참여해야 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는 참여하는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논리와 설득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북한 변수가 있는 인도·태평양전략 참여가 급하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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