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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경제도 사람이 답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8 17:21

수정 2019.11.28 18:39

[여의나루] 경제도 사람이 답이다
요즘 어딜 가도 경제가 화두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이고, 심리적 지지선인 2%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작년보다 10% 감소하며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일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인 30-50클럽에 가입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고, 국가신용등급도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신호가 혼재된 복합적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지표 중 후행적 특성보다 선행적 특성을 가진 지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구조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경제성장률과 수출 부진이 뼈아프다. 우리 경제가 신속히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퇴보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반등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생산성, 품질, 원가, 기술 등 핵심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나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기업가정신 퇴조가 우리 미래경쟁력에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업가정신에서 기업가란 사업가를 일컫는 말이 아니라 어떤 직업이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업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Entrepreneur'를 의미한다. 즉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려는 혁신의 정신이다. 소위 일은 편하고 수입은 많기를 바라며, 노력은 안하고 대우만 받으려 한다거나 도전보다 안정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은 이런 기업가정신의 퇴보를 가져오고 결국 기업은 물론 사회나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청교도 정신, 이민자 문화, 실용주의로 대변되는 미국의 기업가정신이 우리보다 월등하게 높은 생산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람 혁신과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기반의 기업문화 혁신이 중요하다. 갤럽 등 국제적 조사에 따르면 직원 중 회사 발전과 자신의 발전을 동일시해 헌신하는 직원 비율이 세계 평균은 13%, 미국 32%, 중국 9%, 한국은 11%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10명의 직원 중 1명이 회사에 헌신하는 한국 기업과 3명이 헌신하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 격차는 한국과 미국의 화이트칼라 생산성 격차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 기업의 직원 헌신도를 미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기업가정신 제고와 기업문화 혁신이 당면과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 공감 소통, 교육, 권한과 책임 위양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겠으나 특히 회사의 성과를 직원과 공유하는 회사·직원 성과공유제가 기업문화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스톡옵션, 우리사주, 이익배분, 직무발명 보상 등 기존 성과공유제 외에도 현재 이익이 아니라 직원의 노력에 따른 미래이익을 직원과 공유하는 미래성과공유제 등 다양한 성과공유제로 직원의 회사 헌신도를 높여야 한다.

회사·직원 성과공유제 확산을 위해 정부에서도 2017년부터 R&D, 자금 등 정부 지원사업에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중소기업은 성과공유제 기반의 기업문화 혁신으로 성과에 따라 대기업을 능가하는 급여를 줄 수 있고, 회사와 직원의 공동발전을 추구해 획기적 경쟁력 제고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직원을 주종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로 보는 경영자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에 대응하는 속도전에서는 회사에 헌신하고, 자기주도적이며 역량 있는 사람 경쟁력이 승패를 가른다.
이제 경제도 사람이 답이다. 다시 뛰자, 대한민국!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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