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韓日 국장급 대화 재개됐으나 다른 계산 '합의' 만만치않아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온도차’]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17:40

수정 2019.11.24 21:37

日, 결국 강제징용 배상문제 초점
韓, 수출제한조치 철회 지렛대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조건으로 일본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정지키로 함에 따라 한·일 경제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장의 변화는 WTO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한·일 통상당국 간 국장급 회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측은 수출규제 조치 등을 현행대로 유지한 채 협상에 임한다. 이에 반해 우리 측은 WTO 제소를 보류하면서 최대한 이른 시간 내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원상복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원상복귀 조건을 궁극적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로 보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수출제한 조치 철회의 지렛대로 삼으며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대화를 재개하지만 상호 수용가능한 선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만만치않아 보인다.


■수출통제 대화 물꼬 텄으나

2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일 통상당국은 조만간 전략물자 수출입통제 이슈를 논의하는 국장급 수출통제협의회를 재개한다. 매년 1~2차례 열리던 양국 회의는 한·일 관계 경색 분위기와 여러 이유로 지난 3년간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수출제한 당시 일본은 한·일 간 회의가 한국측 사유로 열리지 않았다고 억지 주장을 했었다. 우리측 요구로 7월초 과장급 회의가 열렸으나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관리를 문제 삼으며 양국의 깊은 골을 확인했었다. 지난 10월과 이달 중순 두 차례 진행한 WTO 양자협의도 마찬가지다.

지소미아 연장을 건 조건부이긴 하나 한·일 양국이 '수출제한' 문제로 협상을 재개하는 '대화채널 복원'이라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이르면 내달초 한·일 통상당국은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쳐 국장급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日측 시간끌기·협상우위 변수

다만 일본이 우리 측의 요구와 달리 어떤 태도로 나올지가 변수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 아닌 "통상적인 조치"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단초가 됐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현 시점으로 보면 일본은 "양국의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하고 재검토한다"며 국장급 양국 수출통제회의를 재개하자는 우리측 요구를 수용한 것 말고는 바뀐 게 없다.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통제,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 언론이 "완승"이라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우리 측은 강경대응 중 하나였던 WTO 제소를 정지했다. 재판을 본격 개시하는 패널설치 직전 상황에서 '일단 멈춤'이다. 다시 말해 지난 7월 4일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3건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행한 이후 우리 측만 WTO 제소(9월 11일)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우리는 백색국가 제외(8월 12일) 조치는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WTO 제소가 '철회'가 아니라 '정지'라는 조건부를 강조하긴 하나, 우리 측이 제소를 재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측의 단기간 집중협상에 일본 측이 최대한 협상을 지연할 가능성도 있다.
누가 우위에서 협상을 주도하느냐도 변수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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