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톡]

中 최후통첩성 경고 '현애늑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2 17:03 수정 : 2019.11.22 17:05

중국이 외교적으로 고비 때마다 상대국에 최후통첩으로 날리는 고사성어가 있다.

현애늑마(懸崖勒馬)라는 표현이다.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챈다'는 뜻이다.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구사하려는 적대국을 겨냥해 더 이상 나아가지 말고 스스로 접으라는 경고성 용어다.
당장은 예의주시만 하겠지만 마지노선을 넘어가면 무차별적 보복수단을 동원해 타격할 것이니 적대국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다. 상대국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 충분한 국가여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중국이 상대국과 외교적 마찰이 극에 달할 때나 쓰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흔히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근 3∼4년 사이에 중국 외교부와 관영언론에서 현애늑마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갈등이 그만큼 부쩍 늘었다는 의미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 국면이 현애늑마가 등장한다.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이 홍콩 인권법안을 통과시키자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현애늑마를 인용하며 "제 불에 타 죽지 않도록 즉시 해당 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해 조치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8월 13일 송환법 반대 시위가 거세지면서 미·중 갈등도 격화될 당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트위터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를 겨냥, 현애늑마를 인용하며 중국 정부가 무력투입으로 시위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시위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미국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위대와 미국을 겨냥해 협박성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현애늑마는 등장한다.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현애늑마라는 표현을 썼다는 건 미국과 경쟁구도에서 최소한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깔렸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 5월 미국과 무역갈등이 고조되던 시점에 중국 정부는 대대적 반미의식과 애국심 고취에 열을 쏟았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민심 동요를 우려한 중국 지도부가 애국심을 통해 결속을 다져 체제안정을 도모한 것이다. 당시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 등 애국열풍 선동에 나선 관영매체는 현애늑마를 끄집어내 미국에 관세부과 정책을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

지난해 3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보복 초반전이 개시될 당시에도 중국 정부는 현애늑마를 언급하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중국 상무부를 비롯해 주요 관영언론들이 일제히 미국을 성토하고 나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92년 수교 이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한·중 관계가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비틀어졌다.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신화통신이 현애늑마를 운운하며 한국 정부에 사드배치 결정을 되돌릴 것을 압박했다.

2017년 3월 초 사드체계 일부가 한국에 들어오자 중국 당국은 초강경 대응 방침을 굳히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배치를 '잘못된 선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점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하며 현애늑마를 인용한다.

현애늑마는 중국이 현재까진 인내하겠으나 상대국이 선을 넘어갈 땐 무차별 보복을 단행한다는 경계선에서 나오는 말이다. 강대국인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보복 수위는 어떨지 주목된다. 미국 의회가 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킨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서명 여부가 중국의 보복 결단의 변곡점이다. 현애늑마라는 최후 통첩성 경고를 날린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이후 전개할 보복 카드에 이목이 쏠린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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