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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세안]①'평균연령 30세' 역동적 시장…미·중·일 각축전

뉴스1

입력 2019.11.17 06:30

수정 2019.11.17 06:5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3일(현지시간)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내외를 비롯한 각국 정상 내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1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3일(현지시간)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내외를 비롯한 각국 정상 내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1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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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89년 11월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최호중 외교부 장관과 아세안(당시 6개국)을 대표하는 알리 알라타스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이 대화관계, 즉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문서를 교환했다.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회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에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로는 최대 규모 행사다. 이에 최근 국립외교원에서 펴낸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하다'를 중심으로, 아세안의 역사와 현재 위상, 한반도와의 인연 등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본다.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연합체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젊고 역동적인 거대시장이다. 회원국은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타이·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로, 사무국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우선 아세안은 세계 3위인 6억5000만명의 거대한 인구로, 세계 인구의 8.7%를 차지한다. 또한 아세안은 연평균 5%(2017년 5.3%)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2%대, 세계 경제가 3%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거대한 인구와 5%대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반으로 2030년에는 세계 제4위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국민들의 평균 연령은 30세에 불과해 매우 젊은 국가들이기도 하다. 현재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소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중산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아세안의 소비시장은 연평균 15%씩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세계 중산층 소비의 59%가 아세안에서 나올 전망이라고 한다.

아울러 아세안은 태평양과 인도양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남중국해는 세계 무역량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약 3조달러 규모의 물동량을 가진 해상 루트다. 아시아의 초대형 국가인 중국,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아세안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지역 연합체와는 달리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통합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등 어떤 지역 연합체보다 순조롭고 원만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고 미래 성장 잠재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5년에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켜 경제 통합도 가속화하고 있다.

◇美·中·日 등 일찌감치 아세안 주목…中 시장점유율 20%

매력적인 거대 시장이자 글로벌 생산 거점, 지정학적 중요성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둘은 아세안을 일찌감치 주목해 왔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아세안 진출의 역사가 깊고 아세안에서의 경제적 위상이 상당하다. 일본은 일찌감치 태국을 집중적으로 개척한 뒤 아세안의 다른 나라들로 확대해 가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아세안 각지에 공세적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아세안에서의 국가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12.5%, 일본 11.9%, EU 10.7%, 미국 9.7% 등이었고 우리나라는 5.0%에 그쳤다.

다만 이후에는 적극적인 아세안 시장 개척이 효과를 거두면서 2018년 한국의 아세안 시장점유율은 7.0%까지 확대됐다. 중국이 19.9%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긴 했지만 일본이 11.9%에서 9.5%로 축소된 데 비하면 우리나라의 선전이 돋보인다.

한-아세안 경제관계는 30년전인 1989년 대화관계를 수립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다. 1980년 한-동남아 교역액은 26억달러 규모였으나 2018년 한-아세안 교역액은 1599억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총교역액의 14%, 아세안 총교역액의 5.5%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들의 대아세안 투자는 61억달러에 달해 대북미 투자 다음으로 많았고, 아세안에서 확보한 한국 건설사의 수주액은 119억달러로 중동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미 2014년에 대아세안 투자가 중국 투자를 앞질렀다. 아세안에는 1만개가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진출해 있다.

◇강대국 패권경쟁 속 '신남방정책' 차별화…'사람 중심의 평화·번영 공동체' 비전

중국이 아세안에서 공격적으로 경제적·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이뤄가면서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자유와 개방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아세안이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아세안은 미·중 패권경쟁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세계 열강의 다툼 속에 아픔을 겪어 왔던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아세안 국가들은 평화와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이들의 관심과 지지에 진정성이 보이는 이유다.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와 하노이(베트남)에서 열린 것이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아세안 지역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치열한 패권적 전략들이 부딪치는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신남방정책'은 차별성을 띠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핵심은 사람(People) 상생공영(Prosperity) 평화(Peace) 등 이른바 '3P 비전'이다. 구체적으로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 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 사는 상생공영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 공동체'를 지향한다. 요약하면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형성이 신남방정책의 핵심 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세안과의 관계에서 무엇보다 상대국의 입장에서 생각해줄 것을 강조하고, '정성의 외교'를 당부하는 것도 신남방정책이 다른 강대국들의 전략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과 경제협력 강화뿐 아니라, 4강 중심의 외교를 넘어 아세안과 우리의 외교적 공간 및 외교협력 의제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신남방정책은 우리나라의 대외경제관계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대외경제정책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교역 구조는 중국, 미국, 일본, EU 등 주요 경제권에 편중된 탓에 중국의 사드 보복이나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 같은 외생적인 압력이나 충격에 취약하다"며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대외경제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보다 역동적인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대한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다변화뿐만 아니라 미중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하는 지역 역학구도에서 아세안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헤징 전략이 될 수 있다.

미중이 대립하는 배타적 성격의 지역질서가 아니라 '포용적 지역질서' 형성에 공감하는 한국과 아세안이 전략적 공조를 통해 외교적 공간을 넓혀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은 향후 북한의 개혁개발 및 국제사회와의 교류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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