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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공정사회, 구두선에 그치나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4 17:49

수정 2019.11.14 17:49

[윤중로]공정사회, 구두선에 그치나
'수저계급론'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 표현의 신조어다. 흙수저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금수저와 상반된 개념이다.

수저계급론은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시작부터 다르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물론 흙수저가 노력하면 동수저, 은수저, 금수저로 신분이 차츰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제가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 그리 녹록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계급론은 '불공정' '불평등' 등으로 확대해석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공정한 사회' '능력 위주 사회' 등을 강조하며 정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공정한 사회' '능력 위주 사회'에 찬물을 붓는 사태가 줄줄이 터져나왔다. 결국 수저계급론과 같은 '아버지 찬스' '부모 찬스'라는 용어가 생겼고 젊은 층은 다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조국 사태와 '프로듀스 X 101'(프듀 X) 투표조작 사건, 채용비리 등이 그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에 대한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일련의 행태에 젊은 층은 분노했다. 의혹은 공정성 훼손에 대한 격분으로 비화됐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한낱 구두선이 됐다.

Mnet(엠넷)의 프듀 X 투표조작 사건도 공정성을 원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기대를 꺾어버렸다. 부모의 재력이나 방송계 연줄 등 뒷배경이 없더라도 실력에 기반해 당당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 기획된 대표적 오디션 프로그램이 조작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특권과 반칙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결국 사기극으로 전락한 Mnet의 총괄 PD와 담당 PD가 구속됐다. 프듀 X 외에 다른 시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프듀 101의 나머지 시즌이나 아이돌학교 등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도 조작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면서 대리만족감을 누렸다고 생각했던 시청자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않는다.

공공기관 및 기업, 사립학교 등에서 터져나오는 채용비리 역시 공정한 사회 구현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다. 특히 취업준비생 사이에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능력만으로는 못 가는 직장'이라는 자조의 웃음이 나온다. 공공기관 인사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거나, 해당 기관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우리 사회는 탄핵정국을 겪으면서 세대 간, 이념적 갈등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출발선의 불공정·불평등을 야기하는 '뒷문의 반칙'이 더해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공정을 표방하면서 불공정이 속출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빌린 것이다. 따라서 후손들에게 '정정당당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금수저' '백(뒷배경)' '부모 찬스' 등의 말이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는 사회, 총의를 모아야 할 때다.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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