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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탈 달러화’ 속도… 유로·위안 비중 확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4 17:39

수정 2019.11.14 17:39

러-미 갈등 지정학적 위험 요인
美국채보유 960억→80억달러로
달러 외환비중도 22%로 ‘반토막’
러시아가 미국 달러 비중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맞선 조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추진하는 러시아 경제 '탈 달러화(化)'의 일환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1년 반동안 미 국채 보유규모를 96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급격히 줄인 상태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러시아와 미국간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위험 요인에 따른 탈 달러 현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콜리체프 러시아 재무차관이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콜리체프 차관은 기자들에게 러시아 오일펀드인 국부펀드(NWF)에서 달러표시 자산 규모를 450억달러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1년 반 동안 러시아 중앙은행(CBR)이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비중 조정에 나선 외환다변화와 '유사한' 수준으로 외환 비중을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10월 1일 현재 8조루블 규모의 NWF는 달러 외에도 390억유로, 영국 파운드 76억파운드 등이 포함돼 있다. 국부펀드 자금 총액은 CBR의 외환보유액에 속해 있지만 국부펀드인 NWF는 재무부가 운용한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콜리체프 차관은 "달러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밝힐 수 있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통화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는 (중국) 위안과 다른 나라 통화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콜리체프는 미국과 갈등이 탈달러화 배경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의 보유외환 구조 변경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틀림없이 지정학적 위험"이라고 못박았다. 러시아의 달러 비중 축소는 지난해 봄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로 루블이 달러에 대해 20% 가치가 폭락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는 그때부터 불과 1년 반 동안 미 국채 보유 물량을 96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900억달러 가까이 줄였고, 달러 외환규모는 절반으로 감축해 전체 외환보유액 5492억달러의 22%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대신 유로와 위안 비중을 크게 확대해 외환보유액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32%로, 위안 비중은 5%에서 15% 가까이로 크게 늘렸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간 '브로맨스'가 위안 비중 대폭확대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러 재무차관이 강조했듯 달러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외환다변화는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러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피야 도네츠는 수출, 수입, 대외부채 등을 감안할 때 비중 조정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온전히 타당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도네츠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은 가격을 달러로 매긴 것이 62%, 유로로 책정한 게 21%다. 반면 수입은 달러표시가 35%, 유로가 30%로 엇비슷하다. 또 대외부채는 달러가 49%로 절반 가까이 되는 반면 유로는 18% 수준이다. 달러로 갚아야 할 돈이 압도적임을 뜻한다.

푸틴의 탈달러화는 러시아 경제의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달러 비중을 축소해 미국의 경제제재 충격을 완화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막심 오레슈킨 러시아 경제장관은 그 일환으로 앞서 지난달 FT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도 유로와 루블로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국제 시장의 석유, 가스 가격은 미 달러로 책정돼 있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자국의 석유 수출에서는 달러가 아닌 유로와 루블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는 또 터키 같은 우방들과는 루블과 상대국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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