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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한미훈련 조정 가능"…연말이후 협상공간 확보 나서나

뉴스1

입력 2019.11.14 16:18

수정 2019.11.14 16:18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미국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방한을 앞두고 13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협상 진전을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착에 빠진 협상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대북 유화 메시지로 해석되는데, 그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온 미국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화 재개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 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 )에서 북한에 대화 지속에 대한 명분을 주는 의미로써 한미연합훈련 축소나 유예가 논의될 지 시선이 쏠린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한국, 태국 등 아시아 4개국 순방길에 오른 에스퍼 장관은 북한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상황에 대비한 준비태세 확립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과 수면아래서 대화가 진행중"이라며 "우리는 외교가 계속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전진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정치적 합의를 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이 현재 주한미군 감축이나 군사훈련 축소 등 군사적 조정의 필요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at this time)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시한 전 협상 진전을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훈련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경고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훈련의 조정이나 축소, 환원 등에 모두 열려 있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국방부는 외교가 가능하도록 돕는 많은 일을 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장기적 준비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그는 역시 연말이 시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이나 연합훈련이 카드로 활용될 수 있냐는 질문에도 준비태세 확립이 최우선임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북한이나 그 누구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놓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연습이나 훈련 같은 것들을 늘리든지, 축소하든지 조정을 검토할 때 한국의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기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14일 열리는 한미 합창의장간 연례 협의체인 한미군사위원회(MCM)와 15일 국방장관간 SCM 회의에서 논의 결과에 촉각이 모아진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연말 시한에 대한 북한의 계속된 경고성 담화와 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대북 메시지 발신을 절제해온 미국의 그간 행보에 모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 내년에도 대화 구도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미국이 연말 이후 협상 공간 확보에 본격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에 대해 "어떤 국가나 지도자가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과잉반응을 하거나 이를테면 외교의 문을 닫을 수 있는 어떤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던 미국의 그간 태도와 대비된다. 미국 내에서 북한이 계속 경고 수위와 표현을 높여가고 있는 점을 들어 연말 시한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


북한은 전날 밤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낸 담화에서 내달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조선반도 정세를 원점으로 돌리는 경솔한 행동"이라면서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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